붉은 석양을바라본 사람만이 안다왜가슴이 두근거리고붉게 물드는가를오늘은유난히도 아름답다캔버스 같은 하늘에한지에 붉은 물감 번지듯세상 풍파 놓고붉은 석양이고 싶다
‘꽃이 피었다’ 해서는 안 된다‘꽃을 피웠다’ 해야 된다집 앞 언덕에 선 아가위나무겨우내 가만히 서서그 작은 꽃잎들을속으로 속으로 접어놓았다가늦은 봄에야간신히 하얀 꽃들을수줍게 펼쳐 보여준다‘꽃이 피었다’ 해선 안 된다‘아가위, 곱게도 꽃 피워냈구나’ 해야 한다베 낸 아가위나무비파와 해금의반반하고 둥근 복판(腹板)이 돼서뜨거운 울음 우는 것을 보면흩날리는 아가위 흰 꽃잎한 잎 한 잎이모 닳은 울음인 것을 알 수 있다
사찰 북소리저녁 산사 가득하다북소리공양간 연기에 맴돌고저녁노을에 물든다독경소리에 합장하고초저녁 단잠에 든산새 화들짝 잠을 깬다선승들은 좌정에 들고보살은 귀갓길 재촉한다 북소리어둠이 내린산에도 짙게 울려 퍼진다인간과 자연에 이르기까지닿지 않음이 없다사자의 포효처럼침묵하게 한다깨달음에 대한 절박세파에 지친 마음의 고요북소리가 따라온다산사를 내려가는 발걸음을앞서간다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았다.불교에서의 깨달음이란 법의 실체와 마음의 근원을 깨달아 앎을 지칭한다.인간을 비롯한 만물은 매 순간, 찰나마다 깨달음의 연속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인간의 번뇌는 생로병사(生老病死)에서 비롯된다.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음을 맞이하는 동안 고(苦 )의 바다를 건너는 것이다.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부처님은 2565년 전, 왕자로서 화려한 금수저의 미래를 팽개치고 성문을 나섰다.기득권을 포기하고 생로병사의 근본적인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고행을 자처했다.치열한 수행을 하던 어느 날, 보리수 밑에서
언젠가누군가에게꽃이 됐던 기억빛바랜 추억도때론 꽃이 된다어느 곳어떤 대상이꽃에겐 의미가 된다한 철 생을 다하는꽃의 여정엔숱한 인연이 스쳐간다인연이 떠나간 자리의 고독그 쓸쓸함누구도 찾지 않는 공간세월이 내려앉는다꽃은고독과 쓸쓸함이 아니다다만그 꽃을 바라보는생각의 투영
계절이 지나가는바다에 섰다검푸른 빛깔의 겨울 바다연초록 옷으로 갈아입었다바다에 봄이 왔다연초록 물빛이 바닷가로흰 천을 펼치듯끝없이 조용히 밀려온다태초의 빛으로영원의 파도로인간의 상처를 치유한다삶이 시큰둥하거나세상이 버거울 때나내가 한없이 초라해질 때동해 푸른 바다를 만나야 한다 바다는 태초로부터 영원이다인간도 그러하다바다는 여럿이 아니다모든 것이 하나인 바다그러기에 영원하다바다와 같은 세상인간도 바닷물과 같은 하나 된 존재이다누구를 탓할 수도원망할 수도시기와 질투도자책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자신이 세상의 전부라는 것을바다에서 발견해
길을 가다가 길을 가는 사람에게길을 물었다길이 어딥니까여기가 길입니다여기 말고 다른 길 말입니다다른 길은 모릅니다여기에 있는 길밖에 모릅니다그렇습니까다른 길이 있다고 들었는데…다른 길은 가보지 못했습니다그래서 알지 못합니다그래요 다른 길은 이 길보다걷기가 편하고 아름답다고 하던데요글쎄요 저는 가보지를 못해서…근데 이 길이 마음에 들지 않는가 보죠아뇨 이 길도 좋지만, 더 좋은 길이 있다고 해서요 저는 이 길을 제일 좋아합니다다른 좋은 길이 있다는 데도요보이지 않고 가보지 않은 길은 믿지를 않습니다가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고보이지 않
새벽녘어둠에 묻혔던점과 선들이 모습을 드러낸다어둠의 사위가 엷어지면서더욱 선명하다하늘과 땅의 전령사키 큰 나무하늘로 향한잔가지 안테나가 교신을 한다여명의 빛이세상 속으로 스며들면서희망 통신을 온누리에 전파한다밝아 온다는 것희망이다누군가에게는절망일지라도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축복이다
그녀의목소리가 들려온다옅은 어둠이안개처럼 내린 도시에천상의 화음으로몽환적 소리로 다가온다짙어가는 밤그녀의 보이스는관객의 가슴을 파고든다속삭이는 듯, 절규하는 듯가슴에서 하늘 맞닿은 곳까지거침이 없다경계를자유로이 넘나드는 목소리관객의 영혼을 자유롭게 한다한계가 더이상 걸림이 아닌영혼의 자유로움그녀에게 받은 선물너무 벅차 가슴이 먹먹해진다나윤선세계적인 재즈 보컬리스트잊지 못할 밤이 됐다
그리운 것들은한켠에 비켜 서 있다사람들의 시선이멀어진 곳한때는 발길이분주했을 그곳잊혀진 골목으로햇살이 쏟아지고그리운 것들은생명력을 더한다
봄은색의 향연이다겨우내준비한 색들을나무와 풀들은봄 전시회를 연다연두와 분홍빨강과 보라가저마다 작품을 전시한다색들의 단독 전시회한데 어우러진 합동전시회모두 봄을 봄답게 한다색들의 조화한폭의 수채화자연의 색흩날리고어깨동무하고흐드러진다쳐다보는 눈도봄이 한창이다
기다림은 오지 않고그리움만 깊어간다세월이 가도사라지지 않는 것들깊이를 더해가는안타까움까치발이 쳐다보는아득한 곳햇볕과 별빛이숱하게 내렸던오래된 느티나무 아래자전거는 멈췄다 기다림도, 그리움도어디론가 가고 싶다오래된 과거에서 미래로이생에서 불가능할까떠났지만 떠나지 않은마음들을 위해자전거는 주위만 맴돈다
모든 석양은 애잔하다황홀보다는 짙은 애수가 묻어있다석양은 빛이다빛은 인간에게 색을 선물한다대상을 대상으로대상을 분별로그 분별의 생각을 삶으로 창조한다도시는빛에 의해 존재감을 드러낸다낮동안의 화려했던빛이 도시 너머로 저문다찬란한 슬픔인양건물에 부딪히며 빛을 발한다어둠과 가까워진 빛은도시의 점과 선을 또렷하게 한다석양이도시의 점과 선에 반사된다내 눈에서도 빛난다마침내빛의 파장이 마음을 흔든다
모감주나무 그늘 아래하얀 병아리들삐약 삐약 삐약삐약 삐약 삐약 삐약동해면 발산리 병아리들종종걸음이다삐약 삐~악어디 가그쪽은 바다란 말이야
세상이 붉어졌다나도 붉게 물들었다붉은 노을가슴이 먹먹하다슬퍼하지 말자과거는 우리 것이 아니다아무리 슬픈 과거라도이미 내 곁을 떠난 지 오래다과거는 시절 인연소환할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과거는 과거였고현재는 과거를 생각하는 것과거가 내게 머물러 있지 않다생각으로 쌓아온 기억일 뿐걱정하지 말자미래도 내 것이 아니다 오직, 지금 여기지금이 행복하면 된다생각에 속지 말자생각이 내가 아니다생각은 없는 곳에서없는 곳으로 사라진다찰나에 생겨났다가찰나에 사라진다나는 결코 생각일 수 없다생각은 인연따라 나오는 것나는 생각을 바라보는 존재삶은 영화의
어머니가 떠난빈집에도봄이면민들레가 피어난다봄비 내리는 날고향 집시멘트 담장 따라서녹슨 철 대문까지민들레가 피어 반긴다아마도어머니가 아들을 위해준비한 것이리라왈칵 솟구치는 눈물가까스로 멈춘다 민들레를 따라 들어선마당 한켠엉개나무 새순봉긋 솟아오른다자식에게 줄 봄나물어머니는 준비한 것이다떠난 지 10여 년집은 낡았지만 모습은 그대로다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삶윤회의 바퀴를 타고지금은 어디메서 행복하시리라
아! 백흥암고요는고요를 더하고더께를 이룬고요는형상이 없다없음이,보이지 않음이소박함이숨어 있을 치열함이감동을 주는 곳극락전아미타불을 친견한다일반인에게 산문을 열지 않는비구니 참선 도량어찌 인연이 있었던가문득극락전에서아미타불이 바라보는곳을 쳐다본다 아!절집 건물로 둘러싸인작은 마당아무것도 없는데탄성이 절로 나온다왜일까알 수 없는 아득함뛰는 가슴단아한 아름다움그곳에 소우주가정면 보화루 너머산능선초록이 절정이다
동해그 바다, 망망대해아득해서 좋다끝이 보이지 않기에제멋대로 상상할 수 있기에그리워할 수도 있다동해, 그 바다를마주해 본 적이 있다면.상처를 치유한다그래서상처받지 않은 그리움이 된다누구나 가질 수 있다.마음이 가난한 자치유를 원하는 자사무치게 그리운 사람모두, 동해로 와야 한다끝없이 검푸른 바다와 마주 서야 한다무너져야 한다설움도, 원망도,그리움까지도 토해내야 한다바다는 모든 것이다깨끗하든, 오염됐든강물을 마다하지 않는다그 바다 앞에서속절없는 기나긴고해성사를 해야 한다욕망과 탐욕억울함과 비겁함모두 꺼내검푸른 바다에 던져 버리자마침내
고단한 오후저문강에 삽을 씻고집으로 가는 길강나루에 비친노을 속으로가장이란 이름의사내가 오늘도 걸어간다고단함이가족을 지키는 유일한 수단집으로 가는 길붉은 노을 같은 울음이 탄다
봄은하늘을 향해열병식을 한다.겨우내 움츠렸던솔눈 사이로봄볕은 쏟아진다.봄이 왔노라고깨어나라고, 깨어나라고맴돌며 재촉한다. 높고 푸른 하늘솜털 뭉게구름도채근한다.마침내 봄은하늘을 향해 두 팔 벌렸다.봄볕의 호위를 받으며푸른 하늘로 치솟는다.봄은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