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서 장 보고 간식도 먹고 '북적북적'…사람 사는 맛나는 시장

울진시장

백두대간의 동쪽에 자리 잡은 도시인 울진은 1963에 강원도에서 경상북도로 편입이 되었다. 그래서 강원도와 경상도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내륙지역과는 커다란 산맥이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에 물자교류를 위한 보부상들의 활동이 활발했다. 그들은 험한 산길을 오가며 울진에서 생산된 수산물들을 내륙으로 운반하고, 다시 내륙의 농산물 등을 울진으로 옮겨오는 물류 유통의 중심이었다.

바지게꾼 조형물들.

울진시장은 ‘울진바지게시장’으로 별칭이 붙어 있다. ‘바지게’는 싸리나무 등으로 엮어 만든 지게이다. 울진 12령을 넘나들며 울진과 내륙의 유통을 책임지던 보부상들이 일제강점기 이후로 이 바지게를 지고 다녔다고 한다. 활동이 활발할 때는 인원이 100여 명에 달했던 바지게꾼들은 내륙으로는 소금과 미역, 각종 수산물을 공급하였고, 해안 지역으로는 쌀과 옷감 및 각종 농산물을 지고 나르며 유통의 허브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후 도로가 놓이고 차량을 이용한 수송으로 대체되면서 자연스레 그들의 역할은 사라지게 되었지만 오랜 세월 동안 내륙과 해안지역을 오가며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었다.

울진지역에는 많은 재래시장이 운영중에 있다. 후포시장, 죽변시장, 평해시장, 북면시장, 매화시장, 척산시장 그리고 울진읍내에 있는 울진시장이다. 각자 오일장으로 열리고 있으니 방문 시 날짜들을 잘 알아보아야겠다. 울진시장은 이들 시장 중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시장으로 장날은 매월 끝자리 2일, 7일이다. 취재차 방문한 날은 운 좋게 올해 추석 바로 전날이었다. 흔히들 ‘대목장’이라 불리는 날로서 1년 중 시장이 가장 활기가 넘치는 날이다.

울진시장 전경.

울진시장도 대목장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다니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눈에 많이 띈다. 제각각 말투도 다르고 스타일도 다르다. 타지생활을 하다가 명절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고향을 찾은 사람들일 것이다. 어른들에게는 어릴 적 자라온 곳이고 어릴 적 뛰어놀았을 시장일 것이다.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의 어릴적 추억이 고스란히 남은 곳이어서 그리 낯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청조떡집의 대기줄

명절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떡집들이 유독 인기가 많다. 시장 내에 떡집들이 많이 눈에 띄던데 집집마다 사람들 줄이 길다. 여러 명의 직원이 떡을 찍어내자마자 바로 팔려나가도 대기줄은 줄어들지 않는다. 각자 다음날 차례상에 올릴 떡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리라.

울진시장 먹거리 노점.

차례상 준비를 위해 줄도 서고, 분주하게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으레 출출하기 마련이다. 다행히 재래시장에는 먹거리 노점들이 가득하다. 앉을 자리가 따로 없이 그냥 노점 앞에서 서서 먹어도 입이 즐겁고 기분이 좋다.

울진시장 호떡

고소한 기름향이 진동하는 호떡집 앞을 그냥 지나치기는 어렵다. 호떡은 재래시장의 대표 먹거리다. 뜨거워서 호호 불어서 먹어야 하는 호떡은 쫀득한 떡 사이에 흑설탕을 넣고 기름에 튀길 뿐인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요즘은 고급화 차별화를 하여 치즈 및 각종 견과류를 넣기도 하는데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것이 호떡이다.

호떡과 쌍벽을 이루고 있는 것이 바로 국화빵이다. 국화 모양의 빵틀에 묽은 밀가루 반죽을 붓고 팥소를 넣은 뒤 구워 만든다. 밀가루 반죽이 묽어서 빵의 피가 얇은 것이 특징이다. 시장 내에 두어 군데의 국화 빵집이 있는데 모두 인기가 많았다.

옛날 가마솥통닭

‘옛날 가마솥통닭’집이 보인다. 커다란 가마솥 두 개를 걸어놓고 그 안에는 기름이 펄펄 끓고 있다. 이 집도 대기줄이 있었으며 튀기는 족족 팔려나가고 있다. 요즘은 온갖 향신료와 양념을 범벅한 화려한 치킨들이 많은데 별다른 양념 없이 그대로 튀긴 옛날식 통닭은 먹어보면 그 가치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새우튀김

다른 시장보다 새우튀김을 판매하는 집이 많이 보인다. 새우는 울진의 특산물이기도 하다.

칼국수식당 회국수

먹거리 많은 울진 시장에서 가장 알려진 ‘맛집’은 ‘칼국수식당’이다. 상호명만 봐도 뭐하는 집인지 모를 수 없는 이 집은 1978년생들과 동갑이다. 생활의 달인, 생방송투데이 등 TV 프로그램에도 소개가 되어 더 유명해진 곳으로 주 종목은 칼국수와 회국수 등이다. 새벽같이 오픈하는 시장 내 가게들과는 달리 11시에 문을 열기 때문에 이른 시간에 시장에 왔다면 다소 기다려야 한다. 시장 인심이 그렇듯, 음식들의 가격대가 매우 ‘착하다’ 그래서 착한가격업소에 지정되기도 했다고 한다. 대표메뉴인 회국수는 7000원 정도의 가격에 푸짐한 양과 다채로운 토핑에 맛도 좋아서 놀랄 것이다. 회국수 등은 고추장에 비비기 전에 회부터 맛을 보는 것이 좋다. 자연산 횟감의 달달한 맛을 보면서 조금씩 고추장 양념을 더하면 된다. 회국수에 떡국 국물도 같이 내어졌는데 겨울철에만 판매하는 떡국도 아주 기가 막히게 맛있을 듯하다. 카드 비가맹점이라 현금사용밖에 할 수 없는 점이 다소 아쉽기는 하다.

울진시장 감성커피

시장에는 카페도 몇 군데가 있는데 그중 ‘감성커피’를 추천한다. 경주의 황리단길 같은 곳에 놓아두어도 전혀 어색할 것 같지 않게 스타일이 좋은 카페이다. 기본 메뉴인 아메리카노가 1800원이고 양도 많다. 그리고 최근에 유행하는 음료들은 몽땅 취급을 하고 스타일 좋은 음료들도 많아서 선택의 고민이 필요한 집이다. 커피도 기본 커피 이외에 싱글 오리진으로 내린 무려 10가지의 원두를 사용한 아메리카노도 맛볼 수 있다. 카페 내외부의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음료 하나하나에도 감성 스토리텔링을 입혀 놓았다. 장날임을 감안하더라도 손님들이 워낙 많아서 다소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좋은 집이다.

국화빵

여느 지역 전통시장이 그러하듯 도시집중화 등으로 인해 시골의 재래시장들은 침체되고 규모가 축소되는 등의 위기를 겪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각종 현대화 사업 등을 통해 재래시장 부활의 초석이 놓이게 되는데, 그걸로는 부족하다. 전통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의 역할만으로는 더이상 명맥을 유지할 수가 없다. 오랜 지역색이 녹아있는 지역문화의 중요한 콘텐츠이며 관광상품의 하나이다.

울진시장 전경

울진은 산이면 산, 바다면 바다, 청정한 자연을 품에 안은 도시다. 해변을 따라 천혜의 자연경관이 펼쳐지며 각종 해수욕장으로 맑은 바다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으며, 금강송으로 뒤덮인 숲 속의 자연휴양림들, 덕구온천과 백암온천 등으로 몸과 마음을 ‘힐링’하기 위해 사람들은 먼 길을 마다치 않는다. 도시화로 떠나간 사람들이 다시 이곳을 찾고 있는 것이다. 전통시장은 그들에게 침식되어 가고 있는 우리네 것들에 대한 가치를 일깨워주고, 대형마트 등에서 볼 수 없는 재미를 보여주어야 한다. 전통시장, 그곳에는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문화가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재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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