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잡았는데…’ 3주간 아시아 지역 대회 취소 아쉬움

우승 후 샴페인을 마시는 박인비.[AFP=연합뉴스]
우승 후 샴페인을 마시는 박인비.[AFP=연합뉴스]

박인비(32)는 최근 2년 사이에 퍼트에 대한 고민이 컸다.

박인비는 한 해에 메이저 3승을 따낸 2013년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2016년 등 전성기 시절 정확한 퍼트가 최대 강점이었다.

부드러운 스윙도 물론 흠잡을 데 없었지만 그의 퍼트는 ‘웬만하면 들어간다’는 믿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정확도를 자랑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박인비는 퍼트에 대한 고민을 자주 털어놨다.

201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라운드 당 퍼트 수 28.34개로 1위였고, 2013년에도 29.05개로 5위 등 상위권을 유지했으나 2018년 29.13개로 15위, 2019년에는 29.60개로 27위까지 순위가 내려갔다.

이번 시즌에도 16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끝난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대회 전까지 29.22개로 26위에 머물렀다.

2018년 3월 우승 이후 2년 가까이 우승 없이 준우승만 5번이었던 이유로 박인비는 퍼트를 지목할 때가 많았다.

호주여자오픈 개막을 앞둔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박인비는 “퍼트가 잘 안 들어가면서 우승과도 인연을 맺지 못하는 것 같다”며 “최근 다시 예전에 쓰던 퍼터로 교체했다”고 말했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최종합계 14언더파 278타로 우승한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서 퍼트가 다소 좋아진 모습을 보였다.

1, 3라운드에 퍼트 26개씩 했고 2, 4라운드에는 30개를 기록, 대회 전체로는 평균 퍼트 수가 28개였다.

특히 3타 차 선두로 시작한 4라운드에서는 중거리 퍼트가 고비마다 들어가 우승에 큰 힘이 됐다.

1번 홀을 보기로 시작했으나 3번 홀 짧은 버디로 한때 1타 차로 따라붙은 조아연(20)을 2타 차로 밀어냈고, 곧 이은 4번 홀(파4)에서는 5m 정도 중거리 퍼트를 넣고 이 홀에서 한 타를 잃은 조아연을 순식간에 4타 차로 따돌렸다.

이후 6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벙커로 들어간 위기를 역시 중거리 퍼트로 이겨냈고, 8번 홀(파4) 두 번째 샷은 깃대를 맞고 방향이 왼쪽으로 크게 꺾이는 상황이 나왔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거리의 퍼트를 넣고 파를 지켰다.

4번 홀 버디 이후 17번 홀에서 다시 3타 차로 달아나는 버디가 나오기 전까지 보기 3개로 3타를 잃기는 했지만 그래도 고비마다 홀을 찾아간 파 퍼트가 없었다면 이날 박인비의 20승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한희원 JTBC 골프 해설위원은 “박인비의 퍼트가 확실히 좋아진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약 2년 만에 우승 물꼬를 트며 퍼트 감각도 되찾은 박인비로서는 앞으로 3주간 예정됐던 태국, 싱가포르, 중국 대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모두 취소된 사실이 아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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