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대구취재본부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지역본부 폐지 결정에 지역마다 온도차가 극명하다.

코레일이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전국 수도권 동부, 충북, 광주, 대구 등 4개 지역본부를 각각 서울, 대전·충남, 전남, 경북본부로 통폐합한다는 소문이 사실이 됐기 때문이다.

충북 제천 지역은 시민단체와 정관계까지 나서 반발하고 나섰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9일 “제천은 영동·태백·충북선 및 중부내륙순환열차 등 7개 노선이 교차하는 요충지”라며 “대전·충남본부를 충북본부로 통합하던지, 아니면 충북본부를 현행대로 존치해달라”고 코레일에 건의했다. 도지사는 물론 지역의 국회의원과 시장, 시의회, 시민단체가 똘똘 뭉쳐 충북본부를 지켜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전북본부를 지켜내기 위해 한 국회의원은 코레일을 뻔질나게 쫓아다녔다. 전북본부가 통폐합되면 본부가 소재했던 도시는 공동화 현상을 겪을 수도 있다며 코레일을 설득해왔다는 후문이다.

반면 전남 순천은 광주전남본부의 통합청사가 순천으로 결정되자, 시장이 나서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구본부를 흡수하는 경북본부도 마찬가지다.

폐지와 통합을 두고 지방자치단체 간 날 선 반응과 환영의 목소리가 들리는 와중에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곳이 있다.

바로 코레일 경북본부으로 통폐합되는 대구다.

3만4000여 명. 하루평균 동대구역을 오가는 이용객 숫자다. 서울역(하루평균 7만8000여 명) 다음으로 이용객이 많은 대구 대표하는 관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관문을 지키는 관청이 KTX도 지나지 않는 경북 영주로 통폐합된다는데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불만은 대구본부 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철도 이용객이 많은 대구본부가 영주의 경북본부로 통폐합하는 것이 향후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이번 조직개편이 코로나19 사태로 약 1조 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되면서 진행됐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동대구역 인근 상인들은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힘든 마당에 대구본부 직원들이 떠난다는 소식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도 대구지역 정관계 인사는 조용하다. 권영진 대구시장을 비롯해 누구 하나 발 벗고 나서는 이가 없다.

통합신공항 이전을 위해 행정통합 카드까지 내민 권 시장이 직접 나서기 민감한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코레일은 균형발전 차원에서 대구본부를 경북본부로 흡수시켰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심한 만큼 지역균형발전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공공기관 유치를 위해 모든 지자체가 사활을 걸고 있는 이때, 있는 기관도 뺏기는 마당에 ‘악’ 소리도 못 낸다는 것이 이상할 따름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