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문 닫자 길거리서 춤판…거리두기 아랑곳 않는 청춘들

30일에서 핼러윈 데이인 31일로 넘어가는 새벽 대구 중구 동성로 골목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 이날 한 클럽 앞 골목에서는 시민이 무리지어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며 술집에서 나오는 큰소리의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고 노는 모습도 보였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수도권이 심하죠. 대구는 이제 괜찮잖아요?”

핼러윈데이인 지난달 31일 오후 11시께 대구 중구 인근 클럽 13곳이 모두 문을 닫자 동성로 일대가 클럽이 돼 버렸다. 동성로 클럽 골목의 ‘헌팅 포차’들은 음악에 몸을 맡길 곳을 찾기 위해 거리를 방황하는 청춘들을 위해 스피커가 터질 듯이 음악 볼륨을 높였고, 흥에 겨운 청춘남녀가 거리에서 춤을 추는 등 마치 동성로 일대가 클럽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했다.

이날 클럽 골목에서 만난 한 20대 청년은 “핼러윈데이를 맞아 친구들과 축제 분위기를 즐기고 싶어 외출했다”며 “대구에는 신규확진자도 별로 없어 마스크만 잘 쓰면 문제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청년의 말과는 달리 ‘불야성’이 된 동성로 일대 곳곳에는 방역수칙이 무너진 모습이었다. 클럽형 감성주점과 다를 바 없는 인근 ‘헌팅 포차’ 입장을 위해 생긴 줄은 끝이 없었고, 중간중간 마스크를 하지 않고 큰 소리로 떠드는 젊은 청춘들은 수없이 많았다.
 

31일 오후 11시께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포차에서 마스크도 하지 않은 20대 남녀가 일어나 춤을 췄지만, 이들을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김현수 기자 khs87@kyongbuk.com

포차 안에서는 흥에 겨운 청춘들이 마스크도 하지 않은 채 단체로 일어나 춤을 췄지만, 이들은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화려한 코스프레 복장을 한 노마스크족이 동성로 곳곳에 등장했지만, 청춘들은 코로나19 감염 위험 따윈 잊은 채 인증사진을 찍기 바빴다.

인증 사진을 찍은 이모(22·여)씨는 “마스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감염 위험성이 없다고 생각해 거부감 없이 같이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스크를 써도 코로나19 확진자의 비말이 눈으로 바로 튈 수도 있고, 옷이나 손 등에 묻게 된다면 이를 만진 사람이 자신의 눈·코·입을 만지면 감염 위험성이 높다.
 

30일에서 핼러윈 데이인 31일로 넘어가는 새벽 대구 중구 동성로 한 골목에 시민이 마치 클럽 내부에서 놀듯이 무리지어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며 술집에서 나오는 큰소리의 음악을 들으며 핼러윈을 즐기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결국 대구시의 특별단속에서도 16곳의 유흥시설들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가 대구지방경찰청과 중부경찰서 등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지난달 30일과 31일 클럽 인근 음식점 및 유흥시설 밀집지역에 대해 방역수칙 및 식품위생법 준수 여부를 집중점검 한 결과, 일반음식점 12곳을 비롯해 노래방 2곳, 유흥#단란주점 2곳 등 총 16개소를 적발했다. 이 중 4곳의 음식점에서 손님들의 춤을 허용해 시는 영업정지 등의 행정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동성로 클럽들이 코로나19 예방에 동참하기 위해 자진해 영업을 중단한 틈을 타 일부 일반음식점들이 손님에게 춤을 추게 하는 불법영업을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주류를 취급한 노래연습장 2곳과 종사자들이 건강진단을 받지 않은 유흥주점 등 2곳, 직원 마스크 미착용 등 방역수칙을 위반한 6곳과 시설기준을 위반한 2곳 등 총 16개 업소를 적발해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핼러윈데이’를 맞은 지난달 31일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에도 이른 저녁부터 주말을 즐기기 위한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영화 주인공·만화 캐릭터 등으로 분장한 이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지만 최근 들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 바닷가 인근 식당·술집이 모인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이날 오후 7시께부터 해수욕장 앞 공영주차장은 차량으로 가득 차 주차공간이 모자랐고, 주점을 향하는 발걸음은 늘어갔다.

술집 내부에서 발열체크 등 방역수칙을 지키는 곳은 있었지만, 테이블 간 1m 거리두기가 지켜지는 곳은 찾기 힘들었다.

특히, 주점으로 들어온 손님의 대부분은 자리에 앉음과 동시에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었고 그 이후부터 흡연·통화 등을 위해 가게 밖을 오가는 사람 중 마스크를 다시 착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실내외를 막론하고 사실상 마스크를 쓰지 않는 수준이다.

저녁 9시께 만석이 된 일부 주점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거리두기’는 없었다.

한 주점에서 만난 A씨는 “핼러윈을 기념하기 위해 술집을 찾진 않았지만 들떠 있는 분위기는 느껴지는 것 같다”며 “코로나가 무섭긴 하지만 최근 지역감염도 없어 마스크만 잘 쓰고 다니면 괜찮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수욕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최근 몇 주 동안 오늘만큼 사람이 많은 날이 없어 간만에 활기를 찾은 것 같아 기분 좋다”면서도 “혹시 여기서 또 다른 집단감염이 시작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마음도 든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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