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바다로부터 추방된 물고기들이
사형선고를 받고 구속 중인 수족관

불특정 순서에 따라
하루에도 몇 번씩
도마에서 참수형이 집행되는 곳

뜰채에 포획된 감성돔 한 마리가
휘둥그레 눈을 뜬 채
허공 속을 파닥인다

쓱쓱 횟집 주인이 칼 가는 소리에
억울한 누명을 호소하듯
입을 뻐끔거리는 항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변론이 채 끝나기 전
칼등으로 내리꽂힌 정수리에서
턱-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난다

횟감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비늘로 무장한 가죽을 벗길 때마다
소스라치게 전율하는
저 몸짓!

시퍼런 칼날이 회백색 배를 갈라 내장을 몸 밖으로 끄집어내니
자신은 무고인 양
좌우로 꼬리치는 지느러미
아직도 못다 한 증언이 남았는지
거친 파도를 헤치며 유영하던
옛 추억을 기억하는지
파닥파닥 연신 자맥질이다

새하얀 접시 위에 현란한 모양새로
젤리처럼 말랑말랑한 살점들이
차곡차곡 단층을 쌓고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리는 상여의 행렬

피로 얼룩진 형장을 향해
한 바가지 물을 붇자
들숨 날숨 힘겹게 숨 쉬던 아가미 항변은 멈추었다

가게 한구석에 내팽개친
잘려 나간 생선 대가리의 주둥이가
계속해서 입을 벌름거린다

피고인은 아직도 살아있다

권수진(남·43)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앙남11길33(장군동1가) 2011년 제6회 최치원신인문학상 당선2015년 시집 '철학적인 하루'(시산맥사) 출간
권수진(남·43)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앙남11길33(장군동1가)
2011년 제6회 최치원신인문학상 당선
2015년 시집 '철학적인 하루'(시산맥사) 출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