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바다로부터 추방된 물고기들이
사형선고를 받고 구속 중인 수족관
불특정 순서에 따라
하루에도 몇 번씩
도마에서 참수형이 집행되는 곳
뜰채에 포획된 감성돔 한 마리가
휘둥그레 눈을 뜬 채
허공 속을 파닥인다
쓱쓱 횟집 주인이 칼 가는 소리에
억울한 누명을 호소하듯
입을 뻐끔거리는 항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변론이 채 끝나기 전
칼등으로 내리꽂힌 정수리에서
턱-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난다
횟감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비늘로 무장한 가죽을 벗길 때마다
소스라치게 전율하는
저 몸짓!
시퍼런 칼날이 회백색 배를 갈라 내장을 몸 밖으로 끄집어내니
자신은 무고인 양
좌우로 꼬리치는 지느러미
아직도 못다 한 증언이 남았는지
거친 파도를 헤치며 유영하던
옛 추억을 기억하는지
파닥파닥 연신 자맥질이다
새하얀 접시 위에 현란한 모양새로
젤리처럼 말랑말랑한 살점들이
차곡차곡 단층을 쌓고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리는 상여의 행렬
피로 얼룩진 형장을 향해
한 바가지 물을 붇자
들숨 날숨 힘겹게 숨 쉬던 아가미 항변은 멈추었다
가게 한구석에 내팽개친
잘려 나간 생선 대가리의 주둥이가
계속해서 입을 벌름거린다
피고인은 아직도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