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악산 자락 아래 펼쳐진 여유로움 멋드러진 가을 전경 발걸음 붙잡아
하늘에서 만끽하는 짜릿한 즐거움 첩첩산중 너머 탁 트인 풍경에 감탄

가을이 작별인사를 한다. 나뭇가지에 마지막 남은 단풍잎이 우수에 젖게 하는 계절이다. 남은 서정에 빠져들기 위해서는 김천시만 한 곳도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있지만 잠깐 짬을 내 우울했던 마을을 달래 보자. 황악산 자락 천년 고찰 직지사도 좋고, 교동에 있는 연화지와 봉황대도 볼 만하다. 93m 부항댐 위를 나는 듯이 미끄러지는 레인보우 집와이어를 타면 코로나블루는 싹 날아간다. 김천의 자연 속에서 가족·연인과 함께 즐거운 한 때를 보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올해 초 시작된 코로나19 여파가 이렇게 오래가리라곤 그 누구도 생각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답답해진 일상과 가라 앉은 기분로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잠깐의 시간으로 우울했던 마음을 조금이라도 털어버리고 잊고 싶은 이들을 위해 김천시가 전국 제일 관광지로 자랑하고 있는 관광&트레킹 코스를 소개한다.

늦 가을빛이 그리워 어디라도 거닐고 싶다면 황악산 아래 자락을 걸어보라고 권한다.

바쁘고 삭막했던 일상 속 가족·연인과 함께 심신에 위안을 얻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사명대사 공원 평화의 탑.전경

△인생샷 명소…직지사 문화권역 .

황악산 아래에 14만3000㎡ 부지에 조성된 사명대사 공원은 최근 언론과 유튜브 등에 소개되면서 2020년 가을, 누구라도 가보고 싶은 새로운 여행지로 떠올랐다. 웅장하게 서 있는 높이 41m의 평화의 탑과 그 앞에 조화를 이루면서 돌고 있는 대형 물레방아가 찾아온 사람들에게 첫 번째 인생샷을 선사한다. 특히나 황악산 자락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동서남북 사방 어떤 배경과도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평화의 탑은 사명대사 공원의 랜드마크로 전혀 손색이 없다. 조금 여유가 되어 평화의 탑의 숨겨진 모습을 보고 싶다면 잠깐 직지상가 쪽에 있는 식당가에서 신선한 김천의 농산물로 만들어진 푸짐한 저녁을 먹고, 어둑어둑해지는 시간에 다시 올라와 보기 바란다. 해가 있을 때 본 평화의 탑과는 다른 멋진 야경에 틀림없이 감탄하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될 것이다.
 

직지사의 가을.

널찍한 직지사 공영주차장에 도착해 직지문화공원의 신선한 공기 속으로 걸어가다 보면 직지사 입구로 들어가는 길과 사명대사 공원으로 가는 갈림길 앞에 서게 되는데 어느 쪽으로 가보아도 좋겠지만 먼저 1600년 역사의 동국 제일 가람 직지사로 발길을 옮겨서 호젓한 사찰의 분위기에 젖어보는 것도 좋다.

갈림길의 왼쪽으로 걸음을 돌려 직지사 정문을 통과하면 다시 본격적인 사찰 건물이 보이기까지 10여분 정도 걸어가야만 한다. 황악산의 분위기에 젖어 걸어가는 직지사 초입에서의 늦 가을 풍광들이 그간 답답했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주는 듯도 하다. 저기 멀리서 병풍처럼 둘러 쌓인 황악산이 보이기 시작하고 원래부터 황악산 자락과 한 몸인 듯한 직지사의 건물들이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할 때면 잠시 속세를 떠나는 듯한 설렘까지 느껴진다. 일주문을 지나 전국 사찰에서 몇 개 없다는 사천왕상이 지켜서 있는 천왕문을 지나고 비로소 직지사 경내로 들어서게 되면 시간은 멈춘 듯 하고 천왕문 밖의 지나온 세상과는 전혀 다른 마음의 여유를 만끽해 볼 수 있다.
 

연화지의 가을

△솔개가 용으로 변했다 ‘연화지’.

직지사를 빠져나와 김천 시내로 진입하면 교동에 있는 연화지와 봉황대를 들러볼 만하다.

연화지는 조선 시대 저수지로 쓰이던 못인데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잎이 무성하다.

사람들은 연잎이 많아 못의 이름이 연화지인 것으로 알지만 둘 사이에는 아무 관계도 없다. 연화지라는 이름은 300년 전 김천에 부임한 윤택이라는 군수의 꿈에서 비롯됐다. 어느 날 군수가 꾼 꿈에서 솔개가 못에서 날아오르다 봉황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군수는 솔개가 용으로 변했다는 의미로 솔개 연(鳶)에 변할 화(化)자를 써 연화지로 부르게 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은 이곳의 이름을 연꽃이 무성해 붙은 것으로 생각한다. 연화지 주변은 도심에서 벗어난 외진 곳이었지만 못 주위에 벚나무가 식재돼 SNS상에서 벚꽃 명소로 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연인들과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최근에는 하늘에서 내려다본 가장 아름다운 벚꽃을 촬영하려는 많은 사진작가가 찾고 있다.
 

부항댐 짚와이어

△이색스포츠 명소, 김천 부항댐.

김천시 부항댐 주변에는 짚와이어, 스카이워크, 출렁다리 등 스릴넘치는 이색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많은 관람객들이 찾고 있다.

레인보우 집와이어는 국내 최초 왕복형 짚와이어로 높이가 93m에 달하는 초고층 타워형으로 부항댐 위를 나는 듯한 느낌은 더없이 짜릿하다.

강화유리 바닥으로 안전펜스가 없는 스카이워크는 국내 최초로 완전 개방형으로 관광객들로 하여금 짜릿함을 선사해 인기를 얻고 있다.

댐 위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는 내진 1등급으로 설계돼 규모 7에 달하는 지진에도 끄떡없고 성인 1400여 명이 동시에 통행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출렁다리는 256m 길이의 거대 현수교로 최대 상하 50㎝까지 출렁이며 쾌감하고, 다리 중간에는 투명유리가 설치돼 물 위를 걷는 스릴과 부항댐의 아름다움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양쪽에는 김천시 시조인 왜가리를 형상화한 32m 높이의 거대한 탑도 설치됐으며, 케이블 및 보도구간에 야간 경관 조명을 설치해 30여가지의 다양한 연출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부항댐 출렁다리 야경

부항댐을 중심으로 지방도 903호선을 연결하는 부항대교와 유촌교에도 야간 경관조명을 설치해 부항댐의 색다른 야경을 경험 할 수 있다

출렁다리의 개방시간은 하절기(3월~11월)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동절기(12월~2월)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되고, 경관 조명의 점등시간은 일몰 시간부터 오후 10시까지이다.

김천시는 부항댐을 조망하며 안전하게 일주할 수 있도록 약 7㎞ 구간에 수변 둘레 길과 경관조명을 설치하는 ‘김천부항댐 수변경관 조성사업’을 오는 2021년까지 완료해 김천 부항댐을 전국 최고의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수도산 인현왕후 길 안내문.

△수도산 청암사와 인현왕후 길.

수도산에는 조선 왕조 19대 숙종의 정비(正妃)인 인현왕후의 애달픈 사연이 있는 길이 조성돼 있다.

폐비가 된 인현왕후가 3년 동안 기거했던 청암사를 품은 수도산 자락에 김천시가 인현왕후 길을 만들었다.

그 옛날 인현왕후가 거닐었던 곳으로 추정해 조성한 길로 수도산 자락의 수도암과 청암사를 잇는 9㎞짜리 구간의 산길로 천천히 걸으면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수도산 인현왕후 길.

장희빈의 계략으로 서인으로 강등된 인현왕후는 외가가 있는 상주 인근의 김천 청암사로 자신의 거처를 정해 지친 심신을 이 길을 걸으며 다스렸을 거란 상상을 하며 숲길을 걸어본다. 첩첩산중이 이어지다가 온 산하가 다 보이는 탁 트인 길도 나온다. 가파르지 않은 산길이 끝없이 이어져 요즈음 걷기 열풍에 맞춰 급조된 길과는 다른 자연스럽고 품격 있는 숲길이다.

수도산 청암사.

청암사는 인현왕후 길이 있는 수도산 초입의 고찰로 장희빈에게 밀려나 폐서인이 된 인현왕후가 복위될 때까지 머물렀던 곳이다.

대웅전과 인현왕후의 복위를 빌기 위해 세웠다는 보광전, 그 옆으로 뚝 떨어진 곳에는 폐서인이 된 인현왕후가 복위를 기다리며 한 많은 세월을 은거하던 곳이 바로 이 극락전(極樂殿)이다. 왕후를 배려해서 반가 양식으로 지었다고 한다. 보통의 사찰 건축과는 달리 대문이 달려있고 현재는 외인 출입금지다.

청암사는 많이 훼손되었거나 새로 건축하느라 손길이 많이 간 느낌도 별로 없다. 그저 오랜 역사와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알 수 있는 나무목재와 문양들이 정감 있다. 그래서 은은한 정취와 고즈넉한 고찰의 신비로움을 더한다.

 

김부신 기자
김부신 기자 kbs@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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