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내년도 대구시 본 예산안이 대구시의회에 제출된 것은 지난달 4일.

그러나 집행부는 예산안이 제출된 지 무려 닷새나 9일에야 출입기자에게 브리핑을 했다. 한마디로 김이 빠져도 한 참 빠진 후였다. 대구시장이 6일 본회의장에서 예산안 제출에 따른 시정연설을 한 지도 사흘이 지난 시점이었다. 집행부의 이 같은 늑장 브리핑은 왜 빚어졌나? 그 이면에는 시의원들이 있으며, 집행부의 눈치 보기가 더 해 발생한 일이다.

“의회에 보고도 하기 전에 왜 언론에 먼저 보도되느냐?”. 대구시의회가 대구시를 향해 각종 현안 사항이 있으면 먼저 의회에 보고한 이후 언론에 해당 자료를 배포하라면서 하는 말이다. 행정사무감사나 예산결산특위가 열릴 때 자주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언론에 보도가 먼저 난 뒤 의회에 늑장 보고한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다. 대구시 의회 의원들의 이 같은 주장에 의회를 지켜본 기자로서 동의할 수 없다.

의회 한 회기가 끝나고 다음 회기가 열릴 때까지 보통 20일에서 한 달이 걸린다. 의원들의 주장대로라면 이 기간에 기자들은 알고 있는 내용을 참고 기다려야 한다. 언론 처지에서 보면 답답하고 말도 안 되는 몽니다.

그런 시의회가 언론보도를 십분 활용해 상임위 활동을 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현안 사항에 대해 언론에 먼저 알리지 말라고 집행부에 재갈을 물릴 것이 아니라, 정보를 먼저 파악해서 보고를 하라고 하면 될 것이다. 의회에 먼저 보고할 때까지 보안을 유지해야 할 사안이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절대 다수 사안이 절대 그러하지 않다.

지방의회가 존재 이유가 있듯이 언론도 존재 이유가 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시민의 발이 돼서 그 뜻을 전하고 행정의 잘잘못을 가려내 비판을 하고 고치면 된다.

의회는 시 정부를 상대로 질문이나 소통하고 협의할 게 부지기수다. 내년 예산만 하더라도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을 합쳐 13조 원 규모가 대구시 의원들의 책상 도마에 놓여 있다. 발등의 불이다. 내년에도 국내외 코로나19 상황은 획기적인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지 않는 이상 현재 상황과 비슷하거나 조금 안정화 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된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코로나19와 함께 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내년도 예산은 ‘위드 코로나 속 일상회복, 경제도약’에 방점을 두고 편성됐다.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해당 상임위원회를 거쳐 예결특위 활동이 마무리됐다. 본회의 통과만 하면 확정된다. 일부 의원은 질의 내용이 깔끔했다. 이름을 오르내리기는 그렇지만, 또 다른 일부 의원은 깊이 있는 질문을 하지 못했다. 동떨어진 채 세상 물정 모르는 질문도 있다. 전체적인 내용 파악에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같은 시간대에 중복 질문도 이뤄졌다. 집행부의 일부 실·국도 헤매기는 마찬가지였다.

종전에 비하면 시의원들의 지역구 또는 자신의 몫 챙기기는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러한 구습은 존재했다. 상임위에서 삭감됐던 예산이 의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증액되기도 한다.

올해 대구시의회의 의정활동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선(先) 의회보고, 후(後) 언론 보도’ 촉구 같은 생뚱맞은 질의는 그만하고 좀 더 세련되고 예리한 의정활동을 해 줬으면 한다.
 

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박무환 기자 pmang@kyongbuk.com

대구취재본부장. 대구시청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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