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핵합의 복귀' 압박…원유 수출대금 동결 불만도 거론
정부 "일단 사실관계부터 파악…선원 안전 확인하는게 급선무"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되는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 모습. 오른쪽이 이란 혁명수비대가 타고 온 고속정이다. 사진은 나포 당시 CCTV 모습.연합
이란 혁명수비대가 4일(현지시각) 걸프 해역(페르시아만)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국적 유조선을 나포한 원인과 관련해 이란이 주장하는 ‘해양 오염’이 아닌 실제 이유는 따로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장 외교가와 외신 등은 미국과 갈등 중인 이란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 선박을 억류해 미국 측에 제재를 풀라는 압박 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이란 제재로 한국의 은행에 예치돼 있는 이란중앙은행 자금이 동결된 것에 대한 불만도 원인으로 꼽힌다.

외신은 이번 사건을 이란이 우라늄 농축 농도를 20%까지 높이겠다고 선언한 직후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이 이란과 체결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제한한 우라늄 농축 농도는 3.67%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5월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따라서 이번 한국 선박 억류가 이란이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제재를 풀고 핵합의에 조건 없이 복귀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건의 또 다른 배경으로는 한국과 이란의 최대 현안인 한국의 은행 2곳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도 거론된다.

이란중앙은행은 미국 정부 승인을 받아 양국간에 외화를 직접 거래하지 않으면서 물품 교역을 할 수 있는 원화 결제 계좌를 운용해 왔다.

한국의 은행에 묶여 있는 이란 자금은 10조 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이란 자금이 한국의 은행에 동결된 것은 미국이 2018년 핵합의를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부터다. 제재로 외화난이 심각해진 이란 정부는 한국이 이 자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 선박 억류와 관련해 강경화 장관은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속히 나포 상태가 풀릴 수 있도록 외교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박 억류 동기가 한국 내 은행에 예치된 자금 동결이라는 관측에 대해 “섣불리 이야기할 상황은 아니다. 일단 사실관계를 먼저 파악하고 우리 선원 안전을 확인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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