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탄산음료는 18세기 말엽 독일에서 처음 출시됐다. 짜릿한 청량감이 일품인 콜라와 사이다는 그 대표 선수다. 미국의 경우 약용수로 분류했고 맛을 더하는 시럽이 첨가됐다. 당시 약국은 각종 음료를 제조해 팔았다. 소다수도 그중의 하나이다.

약국 주인인 펨버턴은 코카나무와 콜라나무 액즙을 조합해 마실 거리를 만들었다. C자를 되풀이하면 홍보에 좋을 것이라 여겨 ‘코카콜라’ 명칭을 떠올렸다. 그는 ‘최초의 무알코올 국민음료’라는 카피로 선전했고 문자 그대로 대박 상품이 됐다. 오늘날 미국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다.

코카콜라(Coca-Cola)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널리 쓰이는 고유 명사다. 물론 사용 빈도가 최고인 단어는 ‘OK’다. 그런데 우리는 어떨까. 가장 빈번히 대화하는 한국인 외래어는 ‘stress’라고 한다. 이것은 마음의 영향을 받는다.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여기면 스트레스로 작용치 않는다는 뜻이다.

김치는 우리말 영문명 ‘Kimchi’란 표기로 국제식품규격위에 등록됐다. 일본의 기무치와 치열한 경합을 벌인 쾌거다. 언젠가 올리브유·요구르트 등과 함께 5대 건강식품에 올랐고, 유네스코는 우리나라 김장 문화를 인류 무형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한국인 장수 요인으로 김치가 꼽히기도 했다.

인도 영화 ‘당갈’을 보면 대영제국이 이룩한 영어권 영역의 규모가 실감난다. 뉴델리에서 개최된 ‘영연방 체육대회’는 무려 72개국이 참가한 매머드 행사. 여주는 남녀 차별의 편견을 극복하며 여자 레슬링 사상 첫 금메달을 조국에 안긴다.

미국 패권 기둥의 한쪽 축은 영어다. 언필칭 지구촌 공용어로 세월이 갈수록 위력을 더한다. 각국 언어 정책은 이를 반증한다. 인도를 위시한 영어를 배척했던 국가는 다시 공식어로 환원했고, 몽골은 러시아어 대신 영어를 제1외국어로 택했다.

작금 세계어로 등극한 영어도 수차례 고비가 있었다. 유럽 대륙의 노르망디 공인 윌리엄이 영국을 점령한 후에 지배층은 프랑스어를, 백성들은 영어를 구사했다. 풀뿌리 언어로 기사회생하면서 불어를 차용해 어휘가 풍부해졌다. 지금도 종교와 군사 용어에 프랑스어가 많은 연유다.

20세기 들어 탈식민화가 진행되면서 다시 위기에 처했다. 간디는 영어 의존을 노예의 표식이라 여겼고, 마오쩌둥은 문화 대혁명을 통해 영어를 금지했다. 구소련도 영어를 타락의 대상으로 보았다. 과거 식민지였던 국가는 공용어 지위를 박탈했다.

숱한 난관을 극복한 영어는 국제어로 확산된다. 그것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일부 학자는 영미 양국의 외교 정책상 영어 교육을 꼽는다. 수십만 유학생과 외국인 군인들 그리고 해외 학습을 후원한 평화 봉사단과 라디오 방송국이 그러하다. 특히 인터넷은 영어화가 제일 심한 분야이다.

이를 추구한 최초의 집단은 항공 교통 관제사였다. 국제간 이동을 하는 관계로 공통의 언어에 의한 통일화가 필수였다. 1944년 국제 항공 표준 언어로 영어가 선택됐다. 다음으로 과학자 그룹이 동참했다. 비영어권 학자는 최신 논문을 읽고자 영어를 공부하고 영어로 저술했다.

목하 세계는 영어의 구심력에 빨려드는 형국이다. 구약의 바벨탑 일화를 비웃듯이 말이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한다면 아마도 영어로 지배할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미래엔 인공 지능 발달로 언어 능력 자체가 권력이 되진 않을 거라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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