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아 변호사·전 국회의원
이두아 변호사·전 국회의원

지난 2020년 4월 전국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각 정당의 후보들이나 관계자들, 공직자들도 조심 또 조심하고 있을 시기였습니다. 이런 시기에 대한민국 제1도시인 서울시장 비서실 전·현직 모임에서 그 당시 박원순 현직 서울시장의 비서가 박원순 전 시장의 성범죄 피해자였던 서울시 공무원을 총선 전날 성폭행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대한민국 제2도시인 부산의 그 당시 현직 시장이었던 오거돈 전 시장은 업무 시간에 여직원을 집무실로 불러 성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그 이후 박원순 전 시장은 극단적 선택을 하였고, 오거돈 전 시장은 총선 이후인 작년 4월 23일 기자회견을 통해서 사퇴 의사를 밝혔기에, 오는 4월 7일 대한민국의 제1·2도시에서는 국민 혈세 각 570억 원, 253억 원 합계 800억원을 들여서 보궐선거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여성계에서는 피해자들을 지원하면서, 이 보궐 선거는 ‘각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의 위력에 의한 성범죄로 인한 보궐 선거’인데 심각한 2차 가해가 난무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초 지난 23일 열릴 예정이었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재판이 오 전 시장 측 변호인의 요청으로 4.7 보궐선거 이후인 다음달 13일 ‘공판준비기일’로 연기되었습니다.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 관련한 재판도 1년여 동안 공판준비기일만 반복되고 있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이 출석도 하지 않고 횟수에도 제한이 없습니다.

재판은 ‘공정하여야 할 뿐 아니라 공정하게 보여야’ 합니다. 또한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닙니다. 따라서 대한민국 헌법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고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은 일반적인 사건과 달리 재판도 비공개로 진행될 수 있는 등 피해자 중심주의로 진행됩니다.

여성계는 “강제추행 사건 당시에도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사건 발표를) 4·15 총선 이후로 미루어 정치권에 큰 논란을 야기했다”며 “이번에도 4·7 보선을 이유로 재판을 연기한 형태는 피해자는 안중에도 없는 정치적 계산일 뿐이고, 피해자와 부산시민사회를 우롱하는 처사에 다름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오 전 시장 성범죄 사건 피해자는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1년이고, 끔찍한 시간이 3주 더 늘어나게 되었다며 오 전 시장과 사건을 수임한 ‘법무법인 부산’의 정재성 변호사를 비판했습니다. 정재성 변호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법무법인 부산을 이끌어왔던 인물로 현재는 민주당 김영춘 후보 선거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피해자가 충분히 2차 가해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거대권력 앞에서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와 두려움은 감히 짐작할 수가 없습니다.

민주당 김영춘 후보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선거는 민주당 시장의 잘못된 행동으로 치러지게 됐다. 큰 상처를 입으신 피해자분과 시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다”며 무릎 꿇고 사죄의 절을 올렸습니다. 김영춘 후보의 말대로 이 선거가 왜 치러지게 됐는가를 따져보면, 오거돈 전 시장의 변호인이 캠프에서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김영춘 시장의 사죄가 진심이라면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캠프에서 오 전시장의 변호인을 내보내고, 재판부에 신속한 재판을 탄원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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