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녹색쉼터 쏙쏙…숲속 신선한 공기에 도심 숨 쉰다

완연한 봄을 알리는 벚꽃과 잔잔한 연못이 아름다운 풍치를 만들어준다.

봄이면 필자가 살고 있는 포항에 소담스러운 도심숲이 있어 자랑하고 싶어진다. 도심지가 팽창하고 녹색공간이 줄어든 현실이 아쉽게 느껴지는 요즈음에 도심에서의 숲은 시민들에게 다양한 휴식공간과 건강증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도심에서의 녹지조성이 그리 쉽지 않은 일이라 이상적인 도심숲을 조성하기란 상당히 힘든 게 사실이다.

청송대 감사둘레길 안내판.

아름다운 동해안과 더불어 해양관광도시를 꿈꾸는 포항이 인구 51만 명을 넘는 경북 제1의 도시에 걸맞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몇 해 전부터 녹색생태도시 조성을 위한 ‘포항 그린웨이 프로젝트(Green Way Project)사업’을 시작하여 ‘센트럴 그린웨이’, ‘오션 그린웨이’, ‘에코 그린웨이’ 등 유형별로 도심과 해양 그리고 산림 등에 대한 도시재생 차원의 녹색화로 시민들의 건강한 삶과 행복을 만들어 가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포항철길숲에도 벚꽃이 만개하여 산책하는 시민들이 봄을 즐기고 있다.

그 중 ‘센트럴 그린웨이’사업의 일환으로 도심을 관통하던 폐철도부지를 이용한 ‘포항철길숲’의 2단계사업이 마무리되면서 전국 최고의 ‘도시숲’이라는 명성을 얻어 많은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이렇듯 회색도시를 녹색도시로 탈바꿈하여 시민들에게 신선한 공기와 숲 속에서 힐링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활력과 행복감을 안겨주는 포항시 관계자들에게 시민의 한사람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철길숲과 연계되는 곳에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아름답고 상쾌한 둘레길을 조성하여 일찌감치 찬사를 받아온 포스코 효자주택단지 안에 있는 ‘청송대 감사둘레길’을 시민들에게 개방한 포스코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청송대 감사둘레길 초입에 있는 안내판과 조성기념 식수 표지목.

2012년 6월 둘레길이 완공된 이곳은 1970년대 포항제철(현재 포스코)을 건설하면서 사원들의 쾌적한 삶을 위한 주거지역으로 조성된 남구 효자동과 지곡동 일원 주택단지 주변의 야트막한 숲 속에 힘들이지 않고 거닐 수 있게 산책로가 만들어진 것이다.

1968년 4월 설립된 포항제철이 포항 영일만 해안가 금빛 모래밭과 짙푸른 솔숲과 바다를 메워 조국 근대화의 초석인 산업의 쌀, 철(鐵)을 생산하기 위해 전국 팔도에서 모여든 산업역군들의 보금자리로 마련한 주택단지가 제철공장과 함께 들어서면서 당시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미래주거문화를 실현한다는 취지로 쾌적하고 살기 좋은 주택지가 조성되었다.

가난의 역사를 바꾸는 대역사(大役事)에 울고 웃는 실향민들도 많이 생겨났지만 꿋꿋하게 이겨낸 포항시민들의 인고의 세월이 오늘날 글로벌기업 포스코와 51만 도시 포항을 만들어 냈다. 마침 어제(4월 1일)가 포스코 창립 53주년이 되는 날이라 감회가 더욱 새롭다. 영일만이 내려다보이는 야산을 종합주택단지로 조성하면서 환경을 최우선시한 故 박태준 회장의 선지자적 혜안으로 세계 어느 곳에도 찾기 힘든 훌륭한 주택단지가 이곳에 있다.

히말라야시다숲길 사이로 청송대 감사둘레길이 길게 나있다.

필자는 이곳을 찾을 때마다 선진 미래주거문화의 참모습을 보는듯하여 항상 뿌듯한 느낌을 갖는다. 이곳에 힐링로드인 ‘청송대 감사둘레길’이 조성되고 많은 시민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된 지 10년이 되어간다.

현재도 포스코 영빈관으로 사용하는 백록대와 청송대가 있으며 포스텍(포항공과대학)과 제철고를 비롯한 각급 학교, 철강산업을 연구하는 각종 연구기관과 방사광가속기연구소가 주택단지 인근에 있다.

데크길 양편에 늘어선 대나무 숲속으로 둘레길이 나있다.

청송대 주변 숲 속에 난 둘레길의 총 길이는 1.5㎞로 목재데크와 황토길, 마사토길이 번갈아 있으며 주변에는 오래된 히말라야시다와 소나무, 벚나무, 편백나무, 조팝나무, 산수유, 오갈피나무 등 약 40여종의 다양한 나무들과 데크길 양쪽 대나무가 심어져 걷는 사람들에게 몸과 마음을 정화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둘레길 곳곳에 감미로운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방송 스피커와 야간에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조명시설이 갖춰진 최상의 힐링 공간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약간의 오르막도 있고 숲 속에서 청정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둘레길을 한 바퀴 도는 데는 30여 분 정도 소요되지만 통상 두세 번 돌면 등허리에 땀이 맺힐 정도로 운동도 되고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며 짙은 숲 속에서 새들의 합창도 들을 수 있는, 바깥과는 사뭇 다른 세상에서 한동안 꿈같은 워킹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청송대 감사둘레길 정상 부위에 있는 옛 전망대 건물.
영일대 뒤편 잔디밭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가족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둘레길 정상부위에는 포항제철 건설 당시 방문한 주요 인사나 외국인들이 건설현장을 조망할 수 있도록 한 전망대 건물이 아직도 남아 있고 차량통행이 가능한 길에는 주택단지를 조성하던 시절(1970년대 초), 박태준 회장께서 보아온 프랑스 파리의 상제리제 거리에 있는 가로등을 본떠 놓았다는 고색창연한 가로등이 아직도 건재하다. 숲 건너 포스코 직원 부인들이 배움의 열기로 덕을 쌓는다는 ‘부덕사(婦德舍)’의 빨간 지붕이 눈에 띄고 1시간여 숲 속을 거닐다 보면 온몸이 날아갈 듯 가볍고 상쾌한 기분이 든다.

산책로가 평탄하게 나있고 가을이면 단풍이 곱게 물드는 숲길.

힘들이지 않고 ‘청송대 감사둘레길’을 걷고 내려서면 잔잔한 연못 한가운데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는 조그마한 분수가 솟아오르고 수선화를 비롯한 꽃나무가 연못가를 천연색 파노라마로 물들이는 봄이면 주변에 심어진 개나리와 벚꽃이 허드레지게 피어 찾아온 시민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영일대(迎日臺)’가 나온다. 이곳 영일대는 현재 포스코 계열사가 운영하는 호텔이지만 이전에는 방문하는 국내외 귀빈들을 맞이하는 숙소와 연회장소로 사용하던 곳이다. 잘 꾸며진 정원과 오래된 히말라야시다에 둘러 싸여 있는 보기 드문 명소로 야외결혼식이나 가족나들이 장소로도 사랑받고 있으며 해마다 이맘때면 노란 개나리와 하얀 벚꽃이 만발하는 꽃구경 명소로 밤, 낮으로 시민들이 찾아와 즐기는 곳으로 이름나 있다.

영일대 정원에 故 박정희 대통령께서 포항제철 착공식 참석기념으로 심은 오엽송 모습.

특히나 포항제철 착공식(1970년 4월 1일)에 참석한 故 박정희 대통령께서 영일대 앞 정원에 심었다는 섬잣나무의 일종인 ‘오엽송(五葉松)’이 50년 세월을 견디며 꿋꿋하게 자라고 있는 포항제철의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국내외 귀빈들의 숙소와 연회장으로 사용한 영일대 모습. 현재는 호텔로 운영하고 있다.

‘청송대 감사둘레길’이라는 명칭은 조성 당시 제철소장(조봉래 부사장)이 ‘포스코 감사나눔운동’을 적극 추진하던 때라 포항시민들에게 오랜 세월 함께해준 은혜에 보답코자 감사한 마음을 담아 ‘감사둘레길’이라고 명명했다는 이야기와 지금은 많은 부분이 개방되었지만 주택단지조성 당시에는 포스코가 모든 것을 운영, 관리하던 때라 제약이 더러 있었는데 이제는 포항시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도심숲으로 오픈되어 사시사철 ‘영일대’와 ‘청송대 감사둘레길’을 찾아오는 시민들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코로나 역병으로 거칠어지고 메말라가는 삶에 활기를 불어넣고 의욕을 북돋워 줄 수 있는 건강한 도심숲이 가까이 있다는 것 또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지난 주 목요일 따사로운 봄볕이 내리는 오후, 사무실 가까이 있는 철길숲을 지나 ‘영일대’와 ‘청송대 감사둘레길’을 걸으며 회색도시를 녹색친환경도시로 탈바꿈하는 데 앞장서는 포항시와 포스코가 있어 더욱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포스코 창립 53년을 축하하면서 ‘힐링 앤 트레킹’ 스물여섯 번째 ‘걸어서 자연 속으로’ 이야기를 여기서 접는다. 

글·사진=김유복 경북산악연맹 前 회장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