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플라톤의 저서 ‘향연’은 인간의 자웅 동체에 관한 우화를 전한다. 이는 한 개체에 암수 생식 기관을 동시에 갖춘 것을 말한다. 그에 의하면 인류는 본래 공처럼 생긴 구형이었다. 하나의 목에 얼굴은 반대 방향으로 둘이고, 팔과 다리와 귀는 제각기 넷을 가졌다. 물론 음부도 둘이다.

이들은 세 가지 성이 있었다. 남성과 여성 그리고 자웅 동체라 일컫는 제3의 성이 그러하다. 기세가 넘친 동그란 인간은 신들을 마구 공격했다. 분노한 제우스는 그들을 둘로 쪼개 응징했고 반쪽의 몸들은 다른 반쪽을 그리며 헤맸다.

당초 여자인 사람은 여자를, 남자인 사람은 남자를 희구했다. 또한 양성인 사람은 서로 상이한 성을 찾았다는 것이다. 이런 전승은 동성애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면서 당시 그리스 사회에 만연한 현상을 변명하는 듯하다.

한데 태아를 보면 허무맹랑한 예화도 아니다. 걔들은 장차 남성과 여성의 성기로 전이할 볼프관과 뮐러관 모두를 가졌다. 임신 8주쯤 되면 호르몬 영향으로 뮐러관이 퇴화하고 볼프관이 발달할 경우 남자의 생식기가 되고, 반대면 여자의 그것을 갖는다.

동성애의 유래는 아득하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도 미소년에 관한 염문은 허다하다. 당대의 지식인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비롯해 뛰어난 미모의 안티노와 사랑에 빠진 황제 하드리아누스도 동성애자였다. 사마천의 사기엔 ‘식여도’가 나온다. 이는 먹다 남은 복숭아라는 의미. 위나라 영공과 미남 소년인 미자하가 동성애를 나누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증오하는 얘기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이 아이는 해박한 학식을 간직해 ∼ 침실의 이불을 함께하니 정이 도탑다. 궁중의 대식을 본받은들 뭐가 해로우랴.’ 대식은 동성애를 뜻한다. 고려 학자인 이규보가 지은 ‘동국이상국집’에 나오는 글이다.

문맥을 보건대 이에 대한 개방적 풍조가 느껴진다. 구중궁궐에도 그런 일이 다반사라는 분위기가 감돈다. 게다가 고승인 유가 대사와 박가 성을 가진 소년이 주인공. 물론 조선 시대는 이를 혐오했다.

예술가 중에는 유난히 동성애자가 많은 편이다. 다빈치·미켈란젤로·번스타인에다가 에머슨·오스카 와일드 같은 작가도 보인다. 때론 축복 받은 재능이 비극의 삶과 연관된 것일까. 작곡가 차이콥스키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여행하면서 그의 무덤을 찾았던 추억이 떠오른다. 네프스키 수도원 인근 티흐빈 공동묘지엔 십자가를 든 천사와 성경을 펼친 천사 사이에 차이콥스키 흉상이 놓였다. 동일한 구역에 대문호 도스토옙스키 묘소도 있다. 맞은편 라자레프 묘역엔 러시아 국민 시인 푸시킨의 아내인 곤차로바가 잠들었다. 남편을 비극적 죽음으로 몰아간 바람기가 찰랑인다.

2015년 미국 연방 대법원은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역사적 판결을 내린다. 점차로 늘어나는 성소수자를 위한 진일보한 사고를 담았다. ‘남성과 여성의 결합에서 나아가 동성을 사랑하는 게이와 레즈비언 원고에게 결혼은 존중 받아 마땅한 권리이다. (중략) 헌법은 그들의 결혼을 존중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LGBT는 증가 추세이다. 이는 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의 두문자어. 지난해 시월인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 결합의 보호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가, 일전에 교황청 성명을 통해 번복했다. 종교계 역시 여전히 논쟁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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