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석 군위군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계장

‘삼국유사: 기이 무왕(武王)편’에 실려 있는 ‘서동요’는 현재 전해지고 있는 가장 오래된 향가로 그 내용은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다. 백제 무왕은 어릴 때 예쁘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를 사모하는 마음에 마(薯·산약)를 가지고 신라에 와 성 안의 아이들에게 선심 쓰듯 마를 나눠주며 이 노래를 지어 아이들에게 부르도록 하였다. ‘서동요’의 내용은 선화공주가 밤마다 몰래 서동의 방을 찾아간다는 것이었는데, 노래를 들은 진평왕은 선화공주를 귀양을 보내게 되고, 이후 서동과 선화는 백제로 함께 돌아가 서동은 왕이, 선화는 왕비가 되었다.

백제 무왕이 지어낸 ‘서동요’는 우리가 사는 현재에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단정적으로 말하면 ‘서동요’는 서동이 선화공주와 결혼하기 위하여 거짓 정보를 노래로 만든 가짜뉴스였다고 할 것이다. 가짜뉴스를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유포한 거짓 정보’로 정의한다면, ‘서동요‘는 매체만 다를 뿐, 현재의 가짜뉴스와 그 목적이 완전히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가짜뉴스는 현재 우리나라의 선거문화에서도 쉽게 볼 수 있고, 그 폐해의 심각성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상대 후보자의 사생활이나 재산 등을 그럴싸하게 포장·각색하여 자신의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선거문화의 현실이다. 이번 4월 7일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서 뿐만 아니라 과거 선거에서도 후보자나 그 가족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나 흑색 비방선전은 유권자의 판단을 그르쳐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하였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떠안았다.

지금과 같이 가짜뉴스가 만연한 선거문화에서는 유권자 스스로가 민주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악의적인 가짜뉴스로부터 선동되지 않도록 정보를 필터링(Filtering)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사회라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서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가짜뉴스를 비판적으로 필터링할 방법은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접하는 각종 정보를 올바르게 분석·평가하여 활용하는 것이다. 즉, 가짜뉴스의 출처나 근거를 확인하여 사실 또는 거짓 여부를 확인하는 것, 개인 스스로가 모든 정보를 의심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을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라고 한다. 우리가 방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팩트체크(Fact Check)가 바로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는데, 팩트체크를 거친 유권자는 스스로를 가짜뉴스에 대한 백신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유권자가 가짜뉴스에 선동되지 않고 거짓된 정보가 아닌 진실을 알고 있다면 가짜뉴스가 그 이상 전파되지 않고 소멸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통하여 유권자가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년에는 대통령선거뿐만 아니라 지방선거도 함께 치러지는 ‘양대선거의 해’라고 할 수 있다. 유권자로서 우리는 단순히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여야 한다. 가짜뉴스라는 바이러스에 대해 우리 스스로가 백신의 역할을 한다면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문화를 통한 성숙한 민주주의를 향해 내딛는 걸음에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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