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자리를 국민의힘이 차지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57.50%를 득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39.18%)를 18.32%포인트 격차로 따돌리고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또,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62.67%로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34.42%)를 제치고 당선했다.

이 같은 보궐선거 결과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의 정치적 위상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해 5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 중도층 외연 넓히기에 심혈을 기울인 국민의힘이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모두 승리함으로써 TK가 자칫 토사구팽 당하는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국민의힘이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TK와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것이 정치권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TK 정치권이 핵심 기반인 정당이 보궐선거에서 대승을 거뒀지만 TK의 정치적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선거 전 김종인 위원장이 호남 출신 서울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광주에 가서 무릎을 꿇고, 기본소득 등 복지 이슈에 대한 파격적인 노선 전향으로 보수당의 이미지를 바꿔가고 있다. 국민의힘이 서울과 부산에서의 동시 승리로 그야말로 ‘집 안 토끼’인 TK에 대해서는 거리두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대선에서도 최대 격전지가 될 수도권에 총력을 기울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재보궐선거 승리로 TK 의원들이 차기 국민의힘 당 지도부 진출에 힘이 쏠리게 됐다. 보궐선거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과 투톱을 이뤄 승리로 이끈 주호영(대구 수성갑) 원내대표는 차기 전당대회에서 있을 당 대표 선거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또 TK지역 중진 김상훈(대구 서구), 윤재옥(대구 달서구) 의원 등이 최고위원 선거에 나설 공간이 마련됐다.

하지만 범야권에서는 정권교체를 위해 이번에는 TK가 뒤로 물러서 달라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대선후보는 물론 당내 경선을 관리할 차기 당 대표조차 이번에는 TK 출신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보수 최대주주 TK 정치권이 보궐선거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도 오히려 위축되지 않을 지 우려된다. 그야말로 섬세한 정치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TK 정치권은 물러설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정권 창출의 선봉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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