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준범 수사과장 실제 경험 토대로 창안해
직원 반응 뜨거워…건강 전도사 역할 '톡톡'

‘11번 버스’ 걷기운동에 참여한 경찰관이 내부망 ‘폴넷’에 올린 체험 사진. 포항북부경찰서 제공

포항북부경찰서가 경북 최초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11번 버스’ 걷기 운동을 시행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1번 버스의 ‘11’은 사람의 발바닥을 형상화해 착안했다.

전국적으로도 야간 근무와 현장 출동이 잦은 경찰관들이 건강 악화를 호소하는 사례가 느는 가운데, 이 같은 자체 운동 확산이 경찰 내부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8일 포항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해당 서 소속 직원들 40여 명이 자진해 참석하는 걷기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 운동은 기관 자체에서 주관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여론에 힘입어 마련돼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 운동은 포항북부경찰서에 근무하는 변준범 수사과장이 창안했다.

변 과장은 지난 2019년 경북경찰청 과학수사계장으로 근무할 당시 과체중과 야간 근무 등으로 날이 갈수록 신체 곳곳에 ‘적신호’가 켜졌다.
 

‘11번 버스’ 걷기운동에 참여한 경찰관이 내부망 ‘폴넷’에 올린 체험 사진.

빡빡한 근무일정 속에서 해결책을 찾던 변 과장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걷기 운동’에 주목했다.

목표를 정한 변 과장은 왕복 8㎞(도보 1시간 20분) 출·퇴근길을 걷기 시작했다.

처음엔 회의감도 들었다.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시간만 소비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두 달이 지나가 걷기운동은 그의 일상생활이 됐고 정상체중으로 돌아옴과 동시에, 업무효율도 되려 올랐다.

주변에서도 차를 타고 다니지 않는 변 과장의 특이한 생활패턴을 지켜보다가 하나둘씩 입소문이 나 걷기코스를 물어보거나 같이 걷자는 등 동참 인원이 서서히 늘어났다.

평소 신문 등을 자주 읽는 그는 다수 경찰관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기사를 보고 이내 자신의 경험담을 동료들과 구체적으로 공유하고자 방안을 고심했다.

유튜브 편집 능력이 있는 친척과 함께 자신의 걷기 운동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 올리면서 동참을 권유했다.

5명의 참여로 시작한 포항북부경찰서 ‘11번 버스’ 걷기운동은 이제 40여 명으로 늘어났다.

직접 효과를 본 직원들이 경찰 내부망인 ‘폴넷’에 각자 체험담을 올리기 시작하자 이에 호응하고 격려하는 댓글들이 수십 개가 달리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변 과장은 걷기운동의 가장 큰 장점으로 △코로나19 시대에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등 건강 효과 △업무 및 승진 스트레스 등을 잊을 수 있는 기분전환 효과 △30분 이상 걸으면 체지방 분해 △승진 공부에 필요한 암기사항을 걷기 중 외우면 효과가 상승 △차를 집에 두고 다녀 음주운전 자체 근절 등을 꼽는다.
 

변준범 포항북부경찰서 수사과장.

변준범 포항북부경찰서 수사과장은 “조그마한 자체 걷기 운동에서 동료들이 이렇게 많이 참여해줘서 놀랐다”며 “스스로 건강을 지키고 서로간의 유대관계도 형성하는 등을 통해 지역 치안 향상에 보다 힘쓰겠다.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돼 조직 내 활력 형성에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20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특수건강진단을 받은 경찰관 4만9611명 중 ‘건강 이상’ 결과가 나온 경찰관은 3만991명으로 집계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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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우 기자
황영우 기자 hyw@kyongbuk.com

포항 북구지역, 노동, 세관, 해수청, 사회단체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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