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이번에 실시된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는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음을 보여준 정권심판 선거였다. 이번 선거는 2022년 3월 대선을 1년 앞두고 치러진 선거여서 국민의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었으며 문재인 정부 출범이래 최초의 큰 득표 차이의 완패라는 점에서도 의미하는 바는 크지 않을 수 없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참패 후 지면을 통해 “우리 민주당은 보궐선거의 원인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 이번 보궐선거의 원인은 우리 당 공직자의 불미스러운 성 비위 사건이었기에 진솔한 반성이 전제돼야 했다. 그러나 당헌·당규를 무리하게 개정해서 결국 후보를 냈으며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한 참 늦었다. 피해방지대책 역시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민주당을 보며 시민은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세 가지 오류를 반성했다. 첫째, 민주당 스스로 특권 세력이 돼 있었다는 점과. 둘째 국민의 삶과 가장 밀접한 부동산 정책에 있어 시장원리를 무시한 집행으로 국민들께 실망을 주었다는 점 그리고 셋째, 유례없는 코로나로 인한 국민의 어려움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다.

집권 여당 초선의원의 반성이어서 인지 반성의 강도나 진단에 있어 초점이 어긋나는 점이 있어 몇 가지 훈수를 두어야 할 것 같다. 먼저 2020년 180석을 얻은 4·15 총선 이후 민주당은 급속도로 권력의 향락에 취해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염치마저 없어져 버린 채 오만방자하기 그지없었다는 점이다.

패스트트랙을 통해 천신만고 끝에 통과된 (준)연동형 비례 대표제를 통해 치러진 첫 번째 총선에서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함께 위성정당을 만들어 선거제도 자체를 코미디로 만들어 버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개혁의 성과로 선전하던 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제도는 결국 민주당의 반칙으로 걸레가 되었다. 다당제 정치 생태계를 만들고자 했던 법 취지는 위성정당 놀이로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으며 180석에 취한 민주당은 아직까지 단 한 마디의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그렇게 지키고자 했던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사실상 민주당의 위성정딩을 내놓고 지지했다는 점이 민주당에게는 고마울지 모르겠지만 참여연대와 결실련 등 500여 개가 넘는 시민단체로 구성된 정치개혁시민연합을 철저히 배신했다는 점은 꿈에도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에 반대해 스스로 시장직을 사퇴한 전력이 있다. 보편복지의 형태로 지급된 코로나 재난 수당은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 주었다. 어려움 가운데 국가의 존재와 의미를 실감할 수 있었다는 긍정적 평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재난 수당 40조 중 1차 이후 나머지 30조는 모두 선별 지급되었는데 왜 그렇게 선별 지급했는지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기재부 홍남기 장관의 몽니야 기재부가 언제 국민의 주머니 생각한 적이 있는가 치부해 버리면 되지만 민주당은 왜 그랬을까? 이재명의 보편 기본소득을 견제하기 위한 당 지도부의 정략적 판단의 결과가 아닌가 합리적으로 의심해볼 따름이다. 코로나 국면에서 어려운 국민과 어렵지 않은 국민을 구분하는 발상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민주당은 국민의 민심이반이 재난수당의 선별적 지급에 있었다는 의견을 경청하고 정책실패를 뼛속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LH 직원의 투기가 국민적 분노와 심판의 도화선이었음은 분명하다. 왜 분노했을까? 이번 사건은 정책 수립과 집행의 당사자가 그 직을 이용해 사익을 취하는 전형적인 사례로 다시 한 번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를 향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고 얼마나 비판하고 조롱했던가? “문재인 정부도 똑같다”라고 의심하고 있는데 LH 사건이 터진 것이다. 정치권과 관료 그리고 공기업까지 국민은 없고 ‘사익’만 챙기는 이번 사건은 코로나블루와 양극화로 일상이 힘든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4·7 보궐선거의 묻지마 정권심판은 국민적 분노가 얼마나 크고 깊은지 잘 보여준다.

부동산 정책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시민사회의 철저한 감시와 정책협의를 위한 채널을 만들자는 의견이 묵살된 것은 이미 20년이 넘은 이이기이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가 노무현 정권 이래 똑같은 이야기를 문재인 정부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촛불정부라 참칭하는 문재인 정부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까탈스럽고 비판적인 시민사회에 대한 민주당의 무시와 외면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지켜볼 일이다.

촛불 시민혁명은 민주당만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단지 민주당이 제도 정치 내의 기득권을 통해 가장 많은 정치적 지분을 획득했을 뿐이다. 국가를 초과하는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낸 한국의 민주주의는 세계적인 관심과 존경을 받고 있다. 지금의 문재인 정부도 촛불의 힘으로 만들어진 정부이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집권 4년 만에 오만과 아집의 모습을 보이면서 촛불시민이 심판한 세력으로부터 심판을 당했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을 탄생시킨 시민으로부터 부정당했다.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라지만 권력의 단물에 푹 빠져 취해버린 술 취한 개에게 시민의 몽둥이가 약이 될는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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