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말은 씨앗이 되어 어디론지 날아가 무럭무럭 자라서 열매를 맺고 뱉었던 당사자들에게 돌아가 독이 되기도 하고 달콤한 과즙이 되기도 한다. 어느 시댄들 다르랴마는 지금 세상에 험악한 말이 너무 많이 날아다닌다. 덕담은 날개가 없는지 악담이나 험담만 날아다니는 것 같다. 해마다 입시 정보를 보면 서울대를 비롯해 모든 대학에서 법대에 최고의 수재들이 모인다. 이 수재들이 법을 공부하여 판사도 되고, 검사도 되고, 변호사가 되었을 것이다. 많은 법조인들이 그 경력을 바탕으로 정치계에 투신하여 맹활약을 하고 있다. 그런데 희한하다. 오히려 법질서는 어지러운 것 같다. 법이 법을 잘 아는 사람들의 손에 의해서 농단되는 것 같다. 사람을 잡아 죽일 연구도 그들이 하고,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낼 궁리도 그들이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구약성서의 삼손은 자신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힘의 비밀을 사랑하는 여인에게 누설하여 파탄을 맞게 되고, 다시 찾은 힘으로 많은 사람과 함께 몰살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입조심을 하지 않은 탓에 일어난 비극이다. 마태복음에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히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히는 것이라고 했다. 법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도구가 되지 말았으면 좋겠고 입으로 하는 말이 자신과 세상을 어지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법이 물 흐르듯 적용되고, 그 법 안에 사는 사람들의 입에서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현명한 사람은 사리에 맞게 묻고, 조심스럽게 듣고, 침착하게 대답한다. 할 말이 없으면 침묵하기를 배워야 한다. 무심코 뱉은 말도 칼이 되어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런데 무심코 뱉은 말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칼의 날을 세운 말들이 난무한다. 두 귀로 들은 것도 다 말할 것이 못 되고, 눈으로 본 것도 다 말할 것이 못 된다 했는데, SNS나 유튜브 방송 등에서 마구 만들어내는 말들이 세상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지식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에서부터 철없는 아이들까지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어 세상을 갈등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신이 입은 닫을 수 있게 설계했고 귀는 닫을 수 없게 설계했다. 남의 말이나 의견은 경청하고 쓸데없는 말은 만들어내지 마라는 뜻이다.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부득부득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무슨 심보인가. 말의 비수를 날려놓고 상처 입고 피 흘리는 모습에 쾌감을 느끼는 악취미를 버려야 한다. 아껴서 좋은 것이 돈이 아니라 생각 없이 뱉는 말이다. 소문만 듣고 사람을 판단하지 말고 남의 이야기라고 함부로 하지 말자.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口是禍之門)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舌是斬身刀)이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閉口深藏舌)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安身處處牢)하리라” 당나라 말(末)에서 오대십국 때의 정치가였던 풍도(憑道)의 처세술이 담긴 시(詩)이다. 입조심, 말조심을 처세의 근본으로 삼아 난세에도 영달을 거듭했다.

사람의 몸에는 인중(人中)이 있다. 사람의 가운데이다. 인중 위로는 눈도 둘, 콧구멍도 둘, 귀도 둘이다. 외물을 잘 받아들여 신중히 판단하라는 것이다. 아래로는 입도 하나, 배꼽도 하나, 요도도 하나, 항문도 하나다. 아껴 쓰고 함부로 쓰지 말라는 것이다. 보이는 것을 많이 보고, 여러 가지 냄새와 향기를 맡고, 들리는 것을 많이 들어도 폭력이 되지 않지만 인중 아래에 있는 것은 함부로 쓰면 언어폭력, 성폭력 등의 폭력을 비롯해 온갖 시비의 사단이 된다. 타면자건(唾面自乾)은 못해도 입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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