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수 취재부장.

1996년 전국 최초로 탄생한 대구공동브랜드 ‘쉬메릭’의 이미지가 올드하고 디자인이 촌스럽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1020 세대를 표적으로 하는 마케팅과 홍보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대구경북연구원의 보고서를 지난해 9월 접했다. 대구시를 상대로 대책과 관련한 취재를 했는데, 연구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보고서가 자취를 감췄다.

대구시가 지난해 11월 연구를 의뢰한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에 관한 기초연구’라는 주제의 보고서를 접하고, 군위군이 사활을 거는 대구시 편입이 정책적 타당성이 충분하다는 기사를 썼다. 시·도지사, 시·도의회가 이미 군위군 대구시 편입을 약속한 상황이어서 지방의회가 하루빨리 의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담았다. 경북도가 돌연 6개월짜리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을 세우면서 군위군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서 매우 중요한 보고서다. 심기가 불편해진 경북도 관계자가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진에게 경북일보의 보도 경위를 따져 물었다고 한다.

경북·대구의 ‘싱크탱크’인 대구경북연구원은 항상 이렇게 시어머니 눈치를 봐야 한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출자·출연한 탓에 대구시, 경북도, 대구시의회, 경북도의회라는 시어머니 네 분을 모시고 있다.

설립 30주년을 맞은 대구경북연구원은 전국 시·도 ‘싱크탱크’ 중에 유일하게 독립청사 없는 셋방살이 신세다. 경북도는 청사가 있는 안동 근처를 원하고, 대구시는 난색을 표하는 등 독립청사 입지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서다. 여기에다 시·도의회도 독립청사 건립 예산을 선뜻 내주기를 꺼리고 있다고 한다. 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지난 3월 10일 ‘30년 셋방살이 대구경북연구원, 또 이삿짐 싼다’라는 제목의 경북일보 기사에 대해 “도와주는 게 아니라 더 눈치 보게 만든다”며 원망했다. ‘싱크탱크’의 현주소다.
 

배준수 취재부장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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