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의료진료비제 재도입해야"

KB금융그룹이 발표한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1명 이상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 가정집의 반려견들이 마당을 뛰어 놀고 있는 모습.
# 안동에서 강아지를 기르고 있는 정 모(30) 씨는 피부질환이 생긴 강아지의 진료를 위해 동물병원 진료비용을 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얼마 전 집을 이사한 탓에 가까운 동물병원에 진료를 맡겼지만 예전 동물병원과 비교했을 때 진료비용 차이가 커서다. 정 씨는 “똑같은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는데 비용이 1.5배가량 차이가 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동물병원 진료비는 보험 같은 게 안돼서 100% 전액 부담을 해야 하니 금액 차이가 나면 부담이 안 될 수 없다”고 말했다.

# 대구에서 반려 고양이를 기르는 전 모(41) 씨는 얼마 전 중성화 수술을 시켰다가 크게 후회하고 있다. 집 근처의 동물병원에서 30만 원가량의 수술비를 내고 중성화 수술을 했지만 같은 반려묘를 기르는 지인은 20만 원 정도에 수술했다는 말을 들어서다. 전 씨는 “앞으로 동물병원에 갈 일이 있으면 진료비나 수술비가 더욱 싼 동물병원이 어딘지 발품을 팔아야겠다”며 “보험이 안되니 병원에서 부르는 게 값”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 가구는 604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9.7%를 차지하고 있지만 동물병원의 진료비가 제각각이어서 획일화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1년 한국 반려동물보고서’(2019 인구주택 총조사와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등록정보 및 전국 20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기초자료)에 따르면 경북은 총 125만9684가구 중 23%인 29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었고 대구는 총 105만9963가구 중 27.3%인 29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었다. 5가구당 1가구꼴로 강아지나 고양이 등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 2년간 반려 가구의 반려동물 관련 치료비는 평균 46만5000원으로 반려 가구의 71%가량이 치료비를 지출한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비를 지출하게 된 원인은 ‘피부질환 치료’가 44.1%로 가장 많았고 ‘정기 건강검진’ 34/6%, ‘소화기 질환 치료’ 24.6% 등의 순이었다.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 주요 내용에 따르면 반려가구가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양육비는 반려견 1마리당 ‘월평균 11만 원’, 반려묘는 ‘월평균 7만 원’ 가량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반려동물의 양육과정에서 진료 등 병원에 드는 비용이 크게 차지하고 있지만 수술이나 약제, 치료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병원마다 비용 차이가 크게 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동물병원 진료비용에 대한 혼란은 고스란히 반려인들의 몫으로 넘겨지고 있다.

얼마 전 대구에서 반려견의 피부질환 치료를 한 이 모(42) 씨는 “동물병원마다 진료 비용 차이가 조금씩 다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며 “비용이 싼 곳을 찾긴 하지만 비싼 곳에 비해 약제 처방이나 진단 등이 질이 낮은 것은 아닌지에 대한 찝찝한 마음이 있기도 하다”며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일각에서는 1999년 폐지된 ‘동물 의료진료비제’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물 의료진료비제’는 동물병원들의 담합을 막고 자율경쟁을 통해 치료비 하향을 목적으로 추진된 정책이지만 동물병원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과잉진료와 수익창출에만 집중하는 구조로 변질해 반려인들의 부담만 가중한다는 이유다.

대구의 한 동물병원 관계자는 “동물병원마다 건물 임대료와 의료기구 등의 차이가 나는 만큼 비용 산출과정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진료비, 수술비, 입원비 등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동물병원들의 비용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동물 의료진료비제 재도입도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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