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친구’제2호(2021년 봄호) 표지.
아태평화교류협회가 창간한 계간 ‘평화친구’제2호(2021년 봄호)가 나왔다. ‘평화 메시지’와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 문제’라는 두 축으로 구성된 이번호는 권두에서 시선을을 끄는 ‘평화엽신’ 두 장이 그것을 가리키고 있다.

청춘의 십여 년 동안 조국 수호를 위해 베트남 전장을 누비고 기적처럼 살아남은 전후 베트남의 대표 작가 바오닌(오른쪽)과 반레가 한국을 방문해 기와집 전통가옥 거리를 나란히 거닐며 나누는 대화이다.

바오닌, “전쟁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전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야.”

반레, “내가 진실로 말하건대, 뭐가 적이고 뭐가 우리라는 거야? 단지 사람일 뿐이야.”

영화 ‘난징! 난징!’의 한 컷이다. 흑백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을, 1937년 12월 일본군의 난징 침략과 대학살을 다룬 이 영화에서 남녀노소 안 가린 민간인 학살과 위안부 강제동원을 실무적으로 주도한 카도카와 마사오. 그에게도 마지막 남은 평화의 씨앗 한 톨이 인간으로서 그의 양심 어딘가에 박혀 있다가 간신히 싹을 내밀었던 것일까. 어리숙한 자애의 아비와 천진한 어린 아들을 들판 어딘가로 데리고 나와 풀어주고는 곧장 권총으로 자기 생을 끝내는 카도카와가 착하게 생긴 부하를 바라보며 쓸쓸히 마지막 한마디를 던진다.

“살아 있는 게 죽기보다 더 힘들구나.”

‘평화 만들기’에는 두 편의 에세이가 초대됐다. 베트남 작가 바오닌의 ‘모든 사람을 위한 나’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동양인과 서양인의 태도를 비교하며 ‘무엇이 모두를 위한 나’인가를 일러준다. 미국잡지 ‘포브즈’온라인판 2020 12월 3일에 실린 쥬디 스톤의 ‘공공의 백신’을 도형기 한동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번역해 실었다. 이 에세이는 모더나 백신을 만들게 되는 막대한 경비(약 1조원)가 미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됐다는 사실을 통해 그것이 ‘공공의 백신’이란 점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우리 정부와 우리 국민은 ‘국산’ 코로나 백신 개발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평화의 명작, 명작의 평화’에서 방민호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는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하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다시 읽으며 “이념적 적대 대신에 개별자들의 사랑”을 제대로 다룬 작가의 시선을 포착해 주고, 류영재 화가는 세조와 한명회의 피범벅 집권을 ‘압구정도’와 살곶이다리’에 녹여내고 있다. 또한 하종욱 음악평론가는 탱고 연재 ‘누에보 탱고의 모든 것 아스토르 피아졸라, 그의 백년(1921?1992)’을 통해 그 음악에 흐르는 인간의 고뇌와 환희를 들려주며, 김동환 부엉이영화사 대표는 1939년 출판된 제임스 서버의 소설 ‘월터 미티의 은밀한 생활’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감상하며 평안으로 가는 길을 보여준다.

‘평화우체국‘은 한국 작가들, 베트남 작가들의 ‘평화선언’과 이대환 작가가 엮은 이용악(1914-1971, 북한에서 생을 마침)의 두만강 명시 ‘낡은 집’, ‘두만강아 너 우리의 강아’, ‘그리움’등 3편을 통해 오래전 헤어진 짝꿍의 이름과 같은 두만강이라는 이름을 지금 여기서 절절히 불러본다.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 문제는 안부수 아태협 대표의 체험담 기획연재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 발굴과 조국 봉환 현장을 가다’, 이경재 숭실대 국문학과 교수의 ‘기생이 되어 버린 조선-‘모던일본(モダン日本)’1939년 조선판을 중심으로’, 램지어 하버대 교수 논문 규탄 성명서, 서울 용산역전의 강제 징용 노동자상과 성동원 소녀상을 공격하는 왜곡 문제에 대한 인터뷰 등으로 짜여 있다.

그리고 ‘내 안의 평화’는 ‘사소한 따뜻함>, ‘아버지의 강’ 등 에세이 두 편으로 꾸려졌으며, ‘평화 책읽기’는 미국에서 ‘2020 세계문학 베스트 북’에 선정된 북한 소설가 백남룡의 장편소설 ‘벗’을 소개하고 있다. 북한 사회의 이혼을 소재로 삼은 ‘벗’은 북한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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