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인간의 고뇌를 해결코자 태동한 종교가 남녀 차별적이란 사실은 아이러니다. 세계 삼대 신앙인 기독교·불교·이슬람교 공히 그러하다. 그 경전인 성경과 불경과 코란엔 남자는 귀하고 여자는 천하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렸다.

태초의 아담과 이브 얘기부터 그런 구절을 담았다. 또한 가톨릭교 여성은 신부가 되지 못하고, 불교의 비구니는 남성 승려인 비구의 말을 따르게 정했다. 이슬람은 놀랄 정도로 엄격하다. 심지어 말을 듣지 않는 아내는 때려도 좋다는 내용도 들었다. 당시 시대 상황이 반영된 탓이다.

오늘날 종교 경전은 세상의 변화에 맞추어 재해석되곤 한다. 이를 거부하고 그대로 지키겠노라 주장하는 부류가 소위 종교 원리주의자다. 기독교나 이슬람 근본주의가 대표적 실례이다. 한데 성경을 곧이곧대로 따르면 장애인과 동성애를 무시하는 사례도 생긴다. 신체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성소에서 양식을 바치지 못하고, 남색은 사형에 처하도록 수록됐기 때문이다.

동성연애에 대한 혐오는 역사가 길다. 구약은 소돔과 고모라가 타락한 양태로 묘사하고, 신약의 바울은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는 행위로 재단한다. 이런 부정적 전통은 이단 재판이란 박해로 나타나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기독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도 대동소이한 흐름을 보인다.

비극적 최후로 생을 마감한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이나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도 편견의 피해자였다. 언젠가 백야가 이어지는 유월의 상트페테르부르크 티흐빈 공동묘지에 잠든 차이콥스키 흉상을 보면서 단상에 잠겼다.

독신인 그는 호모를 의심하는 주위 눈총을 피하고자 애제자와 결혼한다. 37살 때였다. 생존 수단으로 선택한 사랑은 당연히 파탄을 맞았고, 그 죄책감으로 자살을 기도한다. 우울증에 시달리고 신경질적으로 변한 그는 돌연한 죽음을 맞았다. 공식적 사인은 콜레라. 이를 믿는 지인은 많지 않았다. 장례식 시신의 키스가 허용된 것이다. 재판부 권유로 인한 자살이 유력하다.

한국 영화 ‘올드보이’엔 각별한 소품이 등장한다. 납치된 주인공이 갇혔던 방에 걸린 그림. ‘오늘도 무사히’ 글귀가 쓰인 액자는 예쁜 꼬마가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을 그렸다. 재미있는 것은 그 아이가 성전환 당했다는 점이다. 사내인 선지자 사무엘은 한국에서 소녀로 변신했다.

불교의 관음보살도 유사한 보기다. 당초 인도에서 남성으로 섬겼으나 중국에 건너오면서 부녀자로 바뀌었다. 자상한 여성 보살 덕분에 민중들 속에 쉽게 뿌리내렸다. 연전에 일본 교토의 사찰에서 로봇 관음상이 주재한 법요가 열렸다. 자신은 공감력이 없으나 인류는 이를 가졌음을 설파했다고. 진짜 승려가 에이아이 관음상에게 큰절을 드리는 광경은 웃음이 절로 나온다.

트렌스젠더는 육체적인 성과 정신적인 성이 반대인 경우를 이른다. 인간은 복잡한 동물이기에 그 본성도 각양각색. 지난달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강제 전역 처분을 받았던 군인이 사망한 보도가 있었다. 분명 따가운 시선이 힘들었을 게다. 그의 명복을 빈다.

왕왕 다름과 틀림을 혼동하는 오류를 범한다. 다양성에 관한 문제와 선악의 문제는 별개의 화두이다. 일상에서 양자를 가르는 분별력이 요구된다. 정치와 사회는 물론이고 성소수자를 대하는 자세도 마찬가지다. 차이를 인정하되 차별하지 않는 지혜가 절실하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