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 전 언론인
이상원 전 언론인

지난 보궐선거 후폭풍이 예사롭지 않다. 현 정권의 거침없어 보였던 세도(勢道)도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직면한 듯하다.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백신 수급 불확실성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지만 현실은 절벽과 마주하고 있다. K-방역은 여전히 국민의 희생에만 기대다 보니 서민경제 또한 절벽과 마주하고 있다. 아울러 보궐선거 참패 후 국정 상황은 지지율 하락과 레임덕 현상까지 겹쳐 갈수록 뒤뚱거리고 있다. ‘국민을 이기는 정치인, 시장(市場)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한나라를 세운 유방(劉邦)이 젊어서는 백수건달에다 학문조차 변변치 않았지만 천하 통일의 대업을 이뤘던 것은 ‘장자방’으로 불리는 ‘장량·소하·한신’이란 신하들을 등용했던 그의 뛰어난 용인술 덕이었다. 유방은 천하를 통일한 후 한신에게 “왜 내가 황제가 되고, 그대는 장수일 뿐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한신은 “폐하는 병사를 다루는 데는 저보다 못하지만 장수들을 잘 다루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동양 역사서의 뿌리인 사기(史記)에는 그런 한신이 조나라와의 싸움에서 배수진(背水陣)을 치고 대승을 거뒀다는 기록이 있다. ‘배수진’이란 말 그대로 ‘물을 등지고 친 진’을 뜻한다. 다시 말해 적을 마주하고 강물을 등졌으니 죽을 각오로 조나라 군사와 마주했음을 의미한다. 한신은 나아갈 수도 없고 물러설 수도 없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위기에서 사즉생(死卽生)의 각오와 자세로 전투에 임해 대승을 거뒀던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TK 출신의 김부겸 전 의원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는 등 청와대 일부 인사와 일부 부처의 개각을 단행했다. 현재의 국정 위기와 성난 민심을 수습할 수 있는 비결은 누구나 아는 것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이듯이 적재적소에 천하의 인재를 등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가 한신과 같은 배수진의 각오로 이뤄진 용인술이었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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