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천 경운대학교 벽강중앙도서관장 초빙교수
한태천 경운대학교 벽강중앙도서관장 초빙교수

경북일보 보도에 의하면,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대구백화점이 개선안 모색을 위해 대구 동성로 본점을 7월부터 잠정 휴업한다. 7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대구백화점은 대구지역 전통 유통 전문기업의 상징으로 시민의 큰 사랑을 받아 왔다. 최근 3년간 연 매출 1천억 원을 상회 했지만 매년 순손실액이 150억을 넘어섰다. 최근에 닥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지역백화점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본점 영업을 잠정 중단하게 되었다. 대구의 양대 백화점 중의 하나였던 동아백화점은 10년 전에 이미 대기업 유통업체로 흡수되었고, 롯데·신세계·현대 같은 대형백화점이 대구 유통업을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는 와중에 대구백화점의 잠정 휴업은 위축되어가는 대구경제의 현주소를 말하는 듯하다.

대구백화점과 같은 지역 유통업계를 더 보호할 수는 없을까? 편의성과 가성비를 중요한 구매수단으로 여기는 소비자의 기호를 탓할 수 없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하에서 대규모 자본 투입을 통한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충족시키는 대형백화점의 영업 행위를 탓할 수도 없다. 지역에 머무는 부나 유출되는 부나 모두가 대한민국의 부인데 무슨 때아닌 케케묵은 지역주의로의 회귀를 주장하느냐는 질타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외부로 유출되는 부의 증가는 지역경제 쇠잔의 한 원인이 됨은 너무도 명백한 사실이다.

지역 경제의 주체는 지역민들이다. 시민들의 지역 경제에 대한 애향심의 발휘와 지역 정치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먼저 지역경제 살리기는 지역민의 지역 사랑에서 찾을 수 있다. 지역 기업에 대한 우선적 관심이 필요하다. 이기적 지역주의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지역경제의 보호가 시민들에게 더 큰 이익이 된다는 주장도 아니다. 다만 지역경제의 침체가 지역민들의 심리적 위축의 근거가 된다면, 이는 시민들의 노력으로 극복해야 할 사안이다. 말로는 지역경제를 걱정하면서 막상 구매는 내 편의성이나 내 구매 욕구 충족만을 생각한다면, 대기업 소유 유통기업에 비해 규모와 편익이 부족한 지역 유통업체는 설 곳을 잃고 만다. 대구는 일제 침략기에 국채보상운동을 전개한 선조들의 전통을 갖고 있다. 전통 재래시장 살리기 운동을 전개한 경험도 있다. 생필품 하나 구매할 때도 한 번쯤 좌우를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할 시점이다.

내년에는 제20대 대통령과 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을 뽑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다.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 다수의 시민이 지역경제 문제의 책임을 정치인에게 묻는다. 그러면서도 막상 선거에 임하면 특정한 정파에 대해 집중적인 지지를 보낸다. 특정 정당이나 특정 지역 출신을 지지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몰아주기식 지지가 존재하는 한 정치인은 유권자의 요구에 등한하기 쉽다. 시민이 지지 정당이나 지지자에 대해 극적인 선택의 변화를 보일 때 정치인은 각성하게 된다. 언제 지지를 철회할지 모르는 시민이 많을 때 정치인은 긴장하게 되고, 더 새로운 지역 경제 살리기 정책 등으로 시민의 지지를 확보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대구 시민은 지역 경제 살리기의 주체적 역할에 더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하며, 이번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를 시금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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