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주차장·도로변 등 곳곳 점령…단속 기준 모호해 주차난 부채질

경산시가 교통량 분산과 통행 불편해소를 위해 서부1동 백옥교~백농교간 제방도로 확장(도시계획도로개설)공사를 발주했으나 공사구간 곳곳에 캠핑트레일러와 대형트럭이 점령해 있다.김윤섭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비대면 캠핑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캠핑용 자동차의 장기주차로 경북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오후 포항시 남구 한 아파트 단지 인근 도로에 20대가량의 개조형 캠핑카·캠핑 트레일러 등이 주차돼있었다. 유리창 표면에는 먼지가 가득 쌓여 있는 점에 미뤄봤을 때 상당 기간 동안 주차된 상태로 보였다.

아파트 주민 A씨는 “누가 보면 여기가 캠핑카 전용 주차장인 것으로 생각하겠다”며 “여긴 엄연한 도로다. 무슨 생각으로 커다란 트레일러를 가져다 놨는지 모르겠다”고 불평을 쏟아냈다.

19일 포항시 남구 한 아파트 인근 도로가 장기 주차된 캠핑카들로 가득하다.

같은 날 포항 형산강 야외물놀이장 근처 공영주차장에도 수 십대의 캠핑카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강변에서 산책하던 시민들은 이 같은 모습을 보고 모두를 위한 주차장이 캠핑카들의 장기 주차장으로 전락했다며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다.

한 시민은 “공영 주차장과 도로에서 일어나는 알박기식 캠핑카 주차는 불법 유무를 떠나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공공 재산으로 쓰여야 할 주차장과 도로가 개인 공간으로 쓰이는 건 많은 시민들의 공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여행 수요가 국내로 몰리면서 밀폐된 공간을 벗어나 자연을 즐기는 캠핑·차박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 16일 발표한 ‘2020년 자동차 튜닝 통계’에 따르면 작년 자동차 튜닝 승인 건수는 24만2950건으로 전년(21만3477) 대비 13.8% 증가했다.

항목별로는 캠핑용 자동차 튜닝 건수가 7709건으로 전년 대비 무려 251.2% 늘었다.

경산지역에도 캠핑카의 숫자가 눈에 띄게 늘어 아파트 단지나 남천강변 공영주차장·마을공터·도로변 등 곳곳을 점령, 주차난을 부채질하고 있었다.

개인택시 기사 A씨(64)는 “현재 거주 중인 아파트는 긴급차량이나 장애인 차량 외에는 지상에 주차할 수 없으나 늦게까지 영업하다 자정이 넘어 귀가하면 지하에는 아예 주차공간이 없다”며 “최근에는 한번 주차하면 움직이지 않는 캠핑카 등이 주차장을 점령하면서 주차난이 더 심각해졌다”고 불평했다.

그 밖에도 상주시 북천 고수부지 일원에서도 캠핑카의 장기주차로 휴식처를 점령당한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가 하면,

알박기 주차가 장기화되자 이곳을 피해서 산책하는 지경이다.

이에 상주시는 국토부에 해결방안을 문의했으나 하천법 등 법적 근거가 부족해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주차이동을 위한 현수막을 걸고 계도하는 상황에 머물러 있다.

캠핑차량은 그동안 승합차나 버스·피 견인형 차량으로 등록되는 등 일반차량에 분류돼 공영주차장을 장기 점용해도 실질적인 제재를 할 수 없었다.

이 같은 캠핑카로 인한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2월 28일 정부는 이들 차량을 특수차량으로 분류하고 차고지 없이 캠핑카를 구매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차량 등록 시 차고지를 증명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다.

법 개정일 이후부터 캠핑카를 구매한 자는 지정된 차고지에만 주차할 수 있고, 이외에 다른 곳에 주차하면 모두 불법이다.

차고지 대상지역은 토지대장상에 지목 구분이 대지 또는 잡종지이거나, 2·3종 주거지역, 자연녹지지역, 공장지역이 가능하다. 단 대지나 잡종지 중에서도 1종 일반주거지역과 전·답은 차고지가 될 수 없다.

이에 따라 공영주차장은 차고지로 지정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그 기준이 모호해 실질적인 단속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개정된 법이 ‘소급적용’이 되지 않아 법 개정 이전에 등록된 차량에 대한 단속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기존의 등록 차량의 경우 ‘차고지’ 등록이 필수가 아닌 만큼 공영주차장을 장기 점용해도 단속기관이 이를 제재할 근거가 없어 소급적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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