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매입 학교 부지 17년간 공터…학령인구 감소 이유로 입장 차 여전
젊은 인구유입 고려해 논의 시동

20일 대구 북구 칠성동에 있는 학교용도 부지 일대에 인근 아파트 주민 일동이 학교설립을 촉구하는 현수막 10여 개를 부착했다. 박영제 기자
‘닭이 먼저인가, 알이 먼저인가?’

대구 북구 칠성동에서 학교설립 문제로 대립 중인 아파트 주민과 대구시교육청의 상황을 대변하는 말이다.

칠성동 일대 아파트 주민은 학교가 먼저 지어지면 학군을 고려한 인구유입이 생기고, 학령인구 또한 늘어날 것이라며 학교 설립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교육청은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학교설립에 대한 불가 뜻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20일 북구청에 따르면 칠성동 지역 내 4개 아파트 주민 일동이 교육청에 학교설립을 요구하는 부지는 칠성어린이공원(북구 칠성동2가)과 맞닿은 곳으로, 2004년 6월 21일 학교용지로 지정됐다. 인근에 1250세대 규모의 A아파트가 생길 당시 학교용도의 부지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했다.

하지만 이곳은 약 17년 동안 빈 공터를 유지하는 상태다. 지난 2012년 A아파트에 입주한 주민이 교육청에 초등학교 설립을 계속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다 2018년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주민은 학교설립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당시 지역 구의원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안경완 현 북구의회 의원이 A아파트 등 세대수 증가에 따라 초등학교 신설이 시급하다며 학교용도 부지에 혁신초등학교(일반 초등 12학급+어린이 놀이학교) 신설을 공약했기 때문이다.

이에 추진위 관계자는 “구의원들의 힘으로 (학교설립이) 안되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결국 학교설립은 교육감의 의지가 있어야 하는 문제였다”며 “교육청이 신도시 수준의 인구유입이 이뤄지는 것을 고려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 19일 A아파트를 비롯한 인근 아파트 주민이 강은희 교육감과 면담을 진행했다. 앞서 추진위 등이 요구한 면담이 늦게나마 성사된 것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교육청은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불가 입장을 유지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과거에 학교설립을 희망하는 약 3000명의 주민 서명을 전달했고, 교육청은 재개발되면 다시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줬었다”며 “지난 지방선거가 끝나고 1년 6개월 이상 기다리다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면담을 요청했는데, 기존 학교들을 증축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대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개발·재건축으로 다른 아파트들이 들어서면 현재 아이들이 다니는 옥산초(4월 현재 학급당 25.5명)도 과밀이 된다”며 “강 교육감은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이어도 관계가 없다고 하는데, 시대에 역행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지역구에서 학교설립 문제를 놓고 주민과 교육청 간 입장 차가 발생하자 양금희(국민의힘·대구 북구갑) 국회의원 측은 추진위 등 주민과 함께 대안을 찾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 의원 관계자는 “학령인구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지만, 칠성동 일대에 재개발·재건축 이후와 학교가 들어선 상황을 고려하면 젊은 인구유입이 이뤄질 수도 있다”며 “이 가능성에 대해 주민, 교육청과 같이 협의하고 논의해볼 예정이다”고 말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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