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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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길이 1200m의 울릉공항은 2020년 착공해 2025년 완공할 예정이다. 울릉공항은 단순한 교통과 물류 기능을 넘어 전략적 가치가 높다. 하지만 공항 건설 계획에서부터 공사 착공까지 40년이란 긴 세월이 걸렸다. 예비타당성 조사(예타)에서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번번이 국비 지원 사업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기획재정부의 예타에서도 비용 대비 편익(B/C)이 0.77로 1을 넘지 못해 국비 지원 사업에서 탈락했다. 결국 2013년 공항 규모를 줄이는 조건으로 경제성 분석 1.19를 받아 겨우 사업이 추진되게 됐다. 이처럼 예타는 공항이나 고속도로, 철도 등 국책 사업에서 넘기 어려운 장애물이다.

예타는 예산 낭비를 막고 재정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1999년 김대중 정부 때 처음 도입했다. 총 사업비 규모 500억 원 이상, 국가 재정 지원 300억 원 이상인 사업은 반드시 예타를 통과하게 했다. 하지만 예타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양면성을 갖고 있다. 정부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한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 반면 울릉공항처럼 전략적 특수성이나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사업을 제한하는 주범이다.

경제성 분석이 지나치게 수요 중심으로 편중돼 있어서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 이외 인구가 적은 지역의 경우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지난 2019년 경제성 평가 가중치를 기존 35~50%에서 비수도권 30~45%, 수도권 60~70%로 조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방 사업의 문턱이 높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산시민의 표심을 사기 위해 여야 정치권이 수십조 원이 드는 가덕도신공항의 예타를 면제해 줬다. 이에 반해 문재인 정부 공약이자 대구와 광주의 상생발전 동력이 될 달빛내륙철도 사업은 예타 B/C값이 0.485라며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 뺐다. 예타가 정치적 거래의 대상이자 국가 균형발전을 가로막는 허들이 되고 있다. 예타 제도를 폐지하거나 보다 세밀하게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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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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