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전 포스코인재개발원 교수. 경북일보DB
이영희 전 포스코인재개발원 교수. 경북일보DB

이영희 전 국회의원(11대)이자 전 포스코인재개발원 교수가 25일 90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1931년 일본 동경에서 태어난 고 이영희 전 교수는 1944년 부모님을 따라 포항으로 온 뒤 포항여중(현 포항여고)과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수석 졸업했으며, 1960년 소년한국일보 편집부장을 거쳐 한국일보 정치부장·문화부장·논설위원 등을 두루 거쳤다.

1981년 11대 국회의원(비례대표)에 당선한 고 이영희 교수는 공연윤리위원장으로 활동한 뒤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을 거쳐 지난 1998년부터 2012년까지 포스코인재개발원 교수로 활동했었다.

소년한국일보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그는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책이 산으로 된 이야기’ ‘별님을 사랑한 이야기’ ‘도돌이의 도깨비 공부’‘별님네 전화번호’ 등 33권의 창작 동화집을 내는 것은 물론 세계 대표 동화 등 번역 동화집도 5권을 지었다.

고인은 이 같은 아동문학활동으로 해송문학상(1968년)·대한민국교육문화상(1969년)·소천문학상(1972년)·대한민국 아동문학상(1979년)·애린문학상(2013년)등을 수상했다.
 

특히 탁월한 일본어 능력을 바탕으로 일본 고대어로 기록된 시가집인 ‘만요슈(萬葉集)’ 연구에 몰두해 이를 풀이하기 위해서는 한국 고대어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한일 양국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이끌어냈다.

이와 관련 그는 ‘또 하나의 만요슈(もう一つの万葉集·1989년)’‘덴무와 지토(天武と持統·1990년)’‘일본어의 진상(日本語の眞相·1991년)’ 등의 저서를 펴냈으며, 1999년부터 자비로 발행한 잡지 ‘마나호’(まなほ·일본 고대어로 ‘진실’이란 뜻)를 통해 왜곡된 한일 고대 관계사의 진실을 밝힌 공로를 인정받아 일본 여성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1998년 고향으로 돌아온 이 전 교수는 삼국유사 신라 제8대 아달라왕 조에 실려 있는 연오랑세오녀 연구에 힘을 기울인 끝에 포항과 철강의 역사를 찾아냈다.

그는 연구를 통해 “삼국유사에 기술된 ‘연오랑·세오녀’ 제철기술자였으며, 아달라왕 조에 해와 달이 사라졌다는 기록은 곧 국가기술인 쇠를 만드는 기술자였던 연오랑과 세오녀가 일본으로 떠나면서 용광로의 불이 꺼졌다는 의미”라며 글로벌 철강회사가 들어선 포항이 이미 신라시대부터 제철산지였다고 밝힌 바 있다.

고 이영희 전 교수는 경북일보를 통해서도 연오랑·세오녀 및 한일고대사를 재조명했었다.

지난 2012년 1월부터 15차례에 걸쳐 실린 역사칼럼 ‘연오랑 세오녀의 진실’을 통해 연오랑과 세오녀의 실체규명 및 한일 고대사에 미친 영향을 살폈다.

또 2014년 8월부터 12월까지 17차례에 걸쳐 ‘포항의 고대 수수께끼를 푼다’라는 역사기고를 통해 포항의 역사와 문화를 돌아보며 의미를 되새긴 바 있다.

유족으로는 딸 김이선·이정·은경씨와 사위 박세정씨가 있으며, 장례는 27일 남해추모누리에서 치러진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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