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시골집에서 상자에 찰옥수수를 담아
소포를 보내왔다
포장이 단정하다
옥수수를 내려다보니
옥수수는 단단히 스스로를 포장하고 있다
몇 겹 포장지에 겹 싸여 있다
포장지를 벗기니
다칠까
또, 실뭉치가 가득하다
자신이 얼마나 귀하여
옥수수는 이토록 스스로를
꼭 감싸 안았을까
나는 나를
이만큼 사랑하지 못했다


<감상> 고영민 시인의 등단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소설가가 될 줄 알았다고 했다. 시를 좋아하는 독자 입장에서는 그가 시인이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독자에게서 시를 밀어내는 시인이 있는가 하면, 독자를 끌어당기는 시인이 있다. 그는 확실히 후자다. “나는 나를 이만큼 사랑하지 못했다”라는 시구를 몇 번이나 되뇌어 본다. 우리는 누구나 있는 그대로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다. 무엇이 꼭 될 필요가 없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비록 여기 이러한 나일지라도.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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