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표류' 칠정·율하·월배 지구와 국가산단 등 모두 30곳
주민들 불만 빗발쳐…교육청 "학교 신설·용지 해제 쉽지 않아"

학교설립 문제로 인근 아파트 주민과 대구시교육청이 대립 중인 대구 북구 칠성동에 있는 학교용도 부지 모습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대구지역에서 택지개발이 마무리됐거나 진행 중임에도 불구, 학교 용지로 지정된 뒤 방치되고 있는 부지가 19곳으로 나타났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지역 전체에서 학교 용지로 지정됐으나 학교가 들어서지 않은 곳은 총 30곳이다.

개발사업을 진행할 때 통상적으로 4000~6000세대가 예정되면 초등학교 부지를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6000~9000세대가 들어서면 중·고 1개의 학교 용지를 확보해야 한다.

유치원을 포함해 학정지구 5곳, 워터폴리스·연호지구 각각 3곳 등 11곳의 학교용지는 개발이 마무리되지 않아 큰 문제가 없다.

일부 개발이 이뤄진 국가산단1·2는 8곳에 학교 용지가 지정됐으며 이 중 4곳은 학교가 들어섰고 나머지 4곳은 개발 진행 정도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반면 옥포·월배 지구 각각 3곳, 율하 지구 2곳 등 15곳의 학교용지는 개발이 끝났음에도 불구, 학교 용지로 지정되고도 학교가 들어서지 않고 있다.

이중 칠정·율하·월배 지구와 국가 산단의 초·중·고 학교 용지 각각 2곳은 지난 2004년 학교 용지로 지정돼 17년 동안 아무런 변화가 없다.

대구지역 미집행 학교용지 현황. 그래픽=양경석
대구지역 미집행 학교용지 현황. 그래픽=양경석

월배 지구 3곳의 학교 용지만 민간 소유며 나머지 학교 용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대구도시공사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어 재산권과 관련된 문제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산권 문제와 달리 학교 용지가 있음에도 불구, 학교 건립이 이뤄지지 않자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북구 칠성동 주민들은 학교 신설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율하지구를 비롯해 개발이 마무리된 지역 주민들은 학교 신설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각종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곳 주민은 “가까운 곳에 학교 용지가 있음에도 불구, 아이들이 비교적 먼 거리를 통학할 수밖에 없다”며 “어린이 보호구역 펜스가 설치돼 있는데 정작 학교는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전했다.

학교가 들어서기 힘들다면 학교 용지에서 해제, 다른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감사원 역시 지난 15일 전국적으로 10년 넘게 활용되지 않고 있는 학교용지가 239곳, 308만㎡에 이른다고 지적한 것이다. 용도 해제를 신청하면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음에도 각 시·도 교육청이 해제 요청 기준 등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아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대구시교육청은 쉽게 학교를 건립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용도 해제를 시도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고등학교의 경우 대구 전체가 하나의 학군으로 지정도 있는 만큼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신설 요건을 갖추기 힘들다고 전했다. 중학교와 초등학교는 인근에 학교가 있으며 도심 학생 수가 급속하게 줄고 있어 학교 신설은 불가능에 가깝다.

학교 신설을 위해서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지금처럼 인구 감소가 추세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이상 통과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용지 해제도 자체 검토를 통해 통상 1년에 한 번 진행, 일부 학교 용지는 해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지역 주변 학생 수 유입 여부를 자체 판단한 뒤 학생 숫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떨어지면 해제를 결정한다.

하지만 개발사업 자체가 교육청 주도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만큼 섣부른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만약 해제를 했다가 개발 사업이 확대될 경우 다시 학교 용지를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 해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신설이 단순히 건물만 들어서는 것이 아닌 만큼 막대한 예산이 동반된다”며 “정부 기조도 그렇고 학교 신설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한번 결정되면 학교 용지로 20년 동안 유지되며 이후 사실상 자동 해제될 수 있지만 개발 예측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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