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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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고양이는 이제 ‘애완(愛玩)’이나 ‘반려(伴侶)’의 단계를 넘어 사람과 서로 정을 나누는 ‘가족(家族)’이 됐다. 개와의 관계에서 ‘엄마’나 ‘아가’라는 호칭이 통용되는 것이 요즘 세태다. 길을 가다가 한 아주머니가 유모차를 들여다보며 “어머, 아이 참 예뻐요” 하길래 유모차 안을 힐끔 봤더니 예쁜 옷을 입고 갈래머리를 묶은 눈이 동그란 시추견이 앉아 있었다.

이처럼 가족 반열에 오른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이 수년 새 많이 늘어서 우리나라 가정의 3집 중 1집 꼴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국민의식조사 결과 반려견을 521만 가구에 602만 마리(81.6%), 반려묘를 182만 가구에서 258만 마리(28.6%) 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반려동물의 수가 860만 마리나 된다.

‘가족’ 반열이라지만 버려지는 반려동물의 수도 크게 늘고 있다. 경북도에서도 버려지는 동물이 5년 간 2.6배 늘었다. 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3753마리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1만 마리에 육박하는 9645마리나 됐다. 경북에서 유기동물이 가장 많은 곳은 포항시로 지난해 1749마리였다. 그 다음이 경주시 1210 마리, 경산시 1019마리 순이다. 관광도시 경주시에는 매년 1000마리가 넘는 유기동물이 발생하고 있다. 바캉스 철이 되면 프랑스 파리 시내에 유기견들이 늘어난다는 얘기가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닌 것이다.

지난 30년 간 미국 정부와 시민단체가 유기동물을 줄이기 위해 시행해 큰 효과를 본 법·교육·중성화의 LES(Legislation·Education·Sterilization) 운동을 도입할 만하다. 동물복지법을 강화하고, 반려동물 소유자의 책임의식을 강화하는 한편, 원치 않는 동물들이 태어나는 것을 중성화 수술로 방지하는 운동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일정한 자격을 갖추게 하는 제도의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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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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