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조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안성조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정부는 지난 4월 8일, ‘한국판 뉴딜, 지역에서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경북도청에서 대구경북 지역토론회를 개최했다. 뉴딜(New deal)은 1930년대 세계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의 재정지출 정책을 일컫는다. 4차 산업혁명시대라는 지금 1930년대의 정책용어인 뉴딜을 소환한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 당시의 미국 상황과 지금의 우리상황이 일면 유사한 측면이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뉴딜정책이 등장한 당시의 상황을 살펴보면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호황을 거듭하였고 기업의 주가는 급등하였다. 포디즘(Fordism)으로 일컫는 소품종 대량생산 덕에 많은 제품을 값싸게 생산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순간 갑작스런 주가폭락과 대규모 실업자가 발생하게 된다. 생산체제의 혁신은 과공급(過供給)을 유발하였고, 유효수요 감소, 기업부도, 실업자양산, 소비축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진 것이다. 1932년 미국의 국민총생산은 대공황 이전인 1929년의 56% 수준으로 떨어졌고 실업자는 1300만 명에 이르렀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정부재정 지출을 확대했다.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테네시강 유역 개발사업으로 대표되는 대규모 토목사업을 추진하고, 노동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각종 사회안전망을 갖추었다. 이러한 정책들은 고용을 창출하고 수요를 일으켜 과잉공급과 기업도산으로 이어지던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꾼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시 미국이 대공황을 계기로 경제패러다임을 바꾸었다면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산업구조를 전환하고 새로운 정부-시장 역할을 정립하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의도라고 생각된다.

한국판 뉴딜의 내용을 살펴보면 디지털뉴딜, 그린뉴딜, 안전망강화를 3각축으로 재정투자와 제도개선을 하겠다는 것이다. 10대 과제로는 디지털뉴딜 분야에 데이터 댐, 지능형 정부, 스마트 의료인프라를 제시하였고, 그린뉴딜 분야에 그린 리모델링, 그린 에너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를 제안했다. 그리고 융복합 분야에 그린 스마트스쿨, 디지털 트윈, 국민안전 SOC디지털화, 스마트 그린산단을 제안하고 있다. 디지털, 그린, 융복합을 뉴딜의 3대 분야로 선정한 것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다만, 여러 가지 현실들을 감안할 때 다음과 같은 점들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실행계획 수립 및 추진이다. 10대 대표과제를 살펴보면 소관부처가 여러 곳으로 흩어져 있고 일부 내용은 현실적 한계가 있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연차별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콘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할 기획재정부와 한국판 뉴딜 당정추진본부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

둘째 정책 범위의 확대이다. 미국의 뉴딜정책이 토목건설 위주의 사업이었으나,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 관련 법률 및 조직구조 개선 등의 소프트웨어 사업을 함께 추진하였다. 한국판 뉴딜 역시 사람중심 포용국가 기반을 통해 안전망을 강화하겠다고 제시하고 있으나 실제적인 내용은 부족하다. 더욱이 최근 사회양극화, 상대적 박탈감, 계층 간 갈등이 확대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감안할 때 안전망 확충과 사회통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셋째, 실효성 있는 재원계획 마련이다. 한국판 뉴딜은 2025년까지 160조 원의 재원을 투자하겠다고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채무가 급증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이러한 재원을 원활하게 조달하고 투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다. 따라서 보다 면밀한 재원조달 및 투자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뉴딜을 통해 대공황을 극복했듯이 한국판 뉴딜로 우리나라의 경제구조가 재도약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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