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수 취재부장.

“아무 이유도 없는데 심술궂게 굴던 나를 위해 항상 참아주던 나의 형제들. 힘이 들어 쉬어가고 싶을 때면 나의 위로가 될 그때의 짐. 이제의 힘이 된 고마운 사람들.” 가수 이승환이 1997년 5월 1일 발표한 ‘가족’이란 제목의 노래다. 때때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할 때 듣는 노래다.

민법 제779조를 보면,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를 ‘가족’의 범주로 설정하고 있다. 혼인이나 혈연으로 맺어진 집단이나 구성원에 한정하고 있다.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사회의 기본단위를 ‘가족’으로 정의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도 뜻도 모르면서 ‘현고처사부군신위, 현비유인밀양박씨신위’라는 조부모의 지방(紙榜) 쓰는 법부터 배웠을 정도여서 당연히 가족은 혈연과 혼인이 필수조건이라고 여겼다.

1인 가구 비중이 늘고 가족보다 일과 개인 생활을 우선시하는 시대가 되면서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여성가족부도 이런 세태를 반영해 동거·비혼출산까지 가족으로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27일 발표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는 자녀가 아버지의 성(姓)을 따르게 하는 현행 민법을 개정해 부모 협의로 성을 결정하도록 하는 안도 담았다고 한다.

종교계와 여성계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논란은 전통적 가족 해체의 가속화, 동성혼 합법화까지 나아간다.

매일 법정에서 재판을 취재하다 자녀들을 학대하는 등 남보다 못한 짓을 한 아비, 어미를 보면서 ‘가족’이란 과연 뭔지 되새겨볼 때도 많다. 피를 나눈 형제자매가 아니어도 나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고마운 사람이라면 ‘가족’일 수 있는 세상이 된 것 같다.
 

배준수 취재부장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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