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극원 대구대 법학부 교수·전 한국헌법학회장
정극원 대구대 법학부 교수·전 한국헌법학회장

혹한의 겨울에 이미 잉태된 듯 화사하게 밝은 햇살입니다. 혹한의 결빙에도 비추었으니 얼음을 닮은 수정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것입니다. 햇살은 알알이 여린 잎사귀 사이로 내립니다. 잎이 무성하여 지면 햇살이라도 뚫지를 못하는 것이니 커버린 것은 자리를 내어 주지 않는 것인가 봅니다. 누구라도 살면서 길을 잃습니다. 길을 잃어버리고서는 드디어 쓸쓸함과 외로움의 크기를 알게 됩니다. 어쩌면 애초부터 없었던 길이였는데에도 잃어버린 듯 생각하고 헤매곤 하였습니다. 길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두근거림으로 덩실덩실 부푼 꿈을 꾸곤 하였습니다. 알 수 없는 길이니 그럴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세월이 한참이나 지나고서야 뒤늦게 잃어버린 그 길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도 태연할 수 있음은 가지 않아 모르는 길이기도 하고 또 그 잃어버림을 아무에게 들키지 않고 혼자만의 비밀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자연도 잃어버림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강력한 태풍이 몰아치고 감내하기에는 너무 많은 양의 비가 한꺼번에 내리면 산등성이가 통째로 유실됩니다. 떨어져 나간다는 것은 찢어지는 아픔인 것입니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또 흘러야 복구가 되는 것이니 그것은 긴 아픔의 증거입니다.

하늘의 별도 길을 잃고서 헤매는 때가 있습니다. 별이 까만 밤을 기다린 것인지 밤이 밝게 빛나는 별을 기다린 것인지, 그 선후는 알 수가 없지만 별은 어둠을 기다리고 밤은 밝음을 기다립니다. 서로가 서로를 기다렸으니 까만 밤에 별이 더욱 빛나는 것입니다. 별은 반짝여서 어둠을 밝히고 밤은 다시 어둠을 만들어 별에게 무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니 상호호환이 됩니다. 까만 밤하늘에 선명한 유성별이 낙하합니다. 길을 잃어버리고서 헤매는 때인 것입니다. 시간상으로 순식간에 지나가는 듯 보이지만 실은 사람의 눈에 보이는 낙하만 그렇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의 낙하는 유구할지도 모릅니다. 우주의 어느 곳을 떠돌고 떠돌 것입니다. 인생의 방황은 길 잃어버린 것의 반사작용인 것입니다. 길을 잃어버린 것인지를 스스로 인지도 못하였지만, 마음에 허한 공허가 일어나게 되면 방황하고 또 방황을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한 몸부림인 것입니다.

어릴 적 밤하늘 올려다보면서 별을 헤면서 자신의 별을 점찍어 두곤 하였습니다. 반짝이는 별은 어린 가슴에 꿈이 되고 소망이 되었습니다. 길을 잃어 방황하는 유성별은 아이의 마음속에 더욱 선명하게 자리를 잡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밤하늘에 빛나는 별에 감동하는 것은 그런 이유입니다. 나의 옆에 소중한 누군가가 있다면 오래 길을 달려서 온 것입니다. 휴식하면서 포기하지 않고서 끝내 다가온 것입니다. 어린 시절에 헤던 별이 드디어 나에게로 다가온 것입니다. 찰나의 순간이 비켜갔더라면 영원히 만날 기회가 없는 잃어버림이 되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먼지의 크기보다 작은 찰나의 순간이 비켜가지 않았기에 우리는 그렇게 만났고 별처럼 반짝이면서 만남을 어어 가는 것입니다. 함께 바라다보면서 가는 것이고 옆에서 나란히 가는 것이니 더는 길 잃고서 헤맬 필요가 없는 별이 된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별의 순간인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인간은 별에서 몸을 받아 태어났다고 말합니다. 만약 별의 죽음이 없었다면, 죽으면서 제 몸을 우주로 내놓지 않았더라면, 그 어떤 인류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즉 인간은 메이드 인 스타라고 합니다(이광식 씀, 우주를 알아야 할 시간). 생을 살면서 반짝이는 별이 될 것인지 아니면 그냥 우주의 한 공간을 메우는 별이 될 것인지, 그것은 오로지 자신의 몫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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