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우 사)국가디자이연구소 이사장
허성우 사)국가디자이연구소 이사장

백신이 국가 안보다. 지금 전 세계는 백신 확보에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다. 안보란 반드시 군사적 의미의 안보만이 아니다. 국가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위협을 느끼는 수준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바로 국가 안보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코로나19로 인해 생명은 물론 재산까지 위험을 느낄 만큼 극도로 예민해졌다. 그동안 정부는 코로나방역의 최대 수단이 「사회적 거리두기」라 했지만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전 세계가 이미 백신을 통해서 증명을 하고 있다. 심지어 최빈국이라 할 수 있는 북한마저도 코로나와 관련해 4월 18일 노동신문에서 “방역사업에서 바늘귀만 한 틈도 나타나지 않게 뒤따라가는 식으로가 아니라 앞질러 가며 대책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쩌면 지금 북한은 군사적 안보보다 바이러스 안보가 북한 안보의 최우선 과제 일 수 있다. 하물며 북한도 코로나19를 국가 안보 수준으로 다루고 있는데 불행히도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퇴치의 근본 처방이 백신이라는 사실을 외면한 채 코로나 방역을 규제(거리두기)와 지원금(1~4차 재난지원금 약 52조)에 우선해 왔다.

다행히도 4월 26일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최근 화이자와 2천만 명 분의 백신 추가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하면서 “우리는 총 1억9천200만 회분, 즉 9천900만 명 분의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백신수급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갈될 것 같아 보이지만 정부의 이런 발표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백신 접종률이 전 국민의 5% 미만으로 전 세계에서 꼴찌 수준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은 그간의 정부의 백신 수급 과정을 놓고 보면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듯하다.

정부가 백신 수급 계획을 공식 발표를 하면서 올해 11월 말 집단방역이 가능하다고 재차 밝혔지만 만약 백신 수급 상황이 정부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플랜B를 갖고 있는지, 있다면 그 해법은 무엇인지, 또한 방역에 대한 출구 전략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이에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를 국민들과 함께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백신 안보에 대한 정보는 정부만 독점해서는 백신 난국을 해소할 수 없다. 백신은 실제로 도입되어 접종되어야 만 의미가 있다. 향후 백신 수급과 관련해 정부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 같다면 더 이상 국민들에게 숨길 것이 아니라 솔직하고 사실대로 고(告)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백신 수급 문제는 정치권이 안보적 차원에서 가장 심도 있게 다뤄야 할 문제이고, 여야는 정치력을 발휘하여 백신 수급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 시켜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4월 2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 문제를 정치화시키지 말라고 당부했다. 야당의 의무인 백신 수급 불안정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마치 백신 수급 불안정 사태가 야당의 정치노름이었다는 듯이 언급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이것은 야당을 지금까지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은 대통령의 편향된 정치적 시각이 아닌가?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와 관련한 K-방역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적이 없는가?

집권 4년 동안 문재인 정부의 행적을 살펴보면 잘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공(功)이고 잘못된 정책으로 국민들이 고통받으면 모두가 적폐 세력들의 저항으로 몰아세우면서 가짜 뉴스로 치부해 왔다. 심지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코로나19 백신 수급을 「각자도생」이라 쓰며 반미정서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으로 오해를 사고 있다. 또한 백신 부족 사태가 백신개발국들의 사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의 생명이 걸린 문제에 대해 사재기를 안 한 국가가 정상적인 국가인가? 다른 나라들이 사재기를 할 때 백신개발국들의 선의를 바라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어쩌면 일련의 문재인 대통령의 이런 발언들은 실익이 없을지 모를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모든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닐지 의구심이 든다.(아니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화이자 2000만 명분을 확보했다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 화이자는 미국산 백신이다. 미국의 백신 정책에 따라 언제든지 공급에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한미정상회담에 임해야 된다. 특히 화이자 백신 공급이 차질 없도록 미국의 지원을 반드시 약속 받아야 된다. 왜? 백신이 국가 안보이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에 앞서 백신을 안보적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동맹으로서 우리의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왼손 감추고 오른손 내미는 임기응변식 대외 정책으로 미국을 설득할 수 없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백신 수급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면 국가 백신 안보에 중차대한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된다. 2017년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나 홀로 식사를 한 적 있다. 어쩌면 이번 미국 방문에서 백신은 고사하고 중국에서 보다 더한 수모를 당할지 모른다. 국가 백신 안보를 위해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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