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 기증...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삼성가가 28일 국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이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기증 작품 가운데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1904~1989)의 ‘켄타우로스 가족’이라는 작품이 눈길을 끈다. 폴 고갱의 ‘무제’나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책 읽는 여인’ 등과 함께 지금까지 국내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이다.

‘켄타우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마(半人半馬) 종족이다. 켄타우로스족은 테살리아 왕 익시온이 구름의 요정 네펠레와 정을 통해 낳은 자식들이다. 제우스는 신들의 만찬에 초청된 익시온이 자신의 아내 헤라에게 흑심을 품자 구름(네펠레)을 헤라의 형상으로 만든다. 익시온은 구름을 헤라로 알고 정을 통했는데 이 결합으로 반인반마의 켄타우로스들이 태어난다.

‘켄타우로스 가족’은 이 신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 출신 정신분석학자 오토 랑크(Otto Rank·1884~1939) 학설의 영향을 받았다. 랑크는 “인간은 출생 자체가 심리적 트라우마 일 수 있다”는 이론을 제기했다. 랑크는 정신분석학을 신화와 전설, 예술 창작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켄타우로스 가족’은 랑크가 제시한 출생의 심리학을 화면에 옮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화 속 존재인 켄타우로스들이 복부에 난 둥근 구멍 속에서 차례로 아기들을 꺼내고 있다. 아기들이 평안과 충만함의 자궁 속에서 세상 밖으로 마구 꺼내지고 있는 장면이다. 달리가 자서전에서 “엄마의 자궁이라는 낙원에서 나올 수도 되돌아갈 수도 있는 켄타우로스가 부럽다”고 한 말을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이다.

‘켄타우로스 가족’은 미국에서 그린 작품이지만 배경은 달리의 고향 카탈루냐의 해안 모습이다. 균형감 있는 구도와 정교한 화면 구성의 이 작품에 대해 달리 스스로 고전주의 양식으로의 회귀를 드러낸 작품으로 평했다. 달리의 최고 걸작이자 세계미술사의 걸작 중 하나다.
 

이동욱 논설주간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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