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이다.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 17일은 성년의 날이다. 여기에다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올해 가정의 달은 그 의미가 새삼스럽다. 코로나19의 긴 터널 속에서 맞이하기 때문에 가족과 가정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더 간절한 해이기 때문이다.

달려와 품 안에 안길 아이들 조차 마스크를 쓴 채 멀찌감치서 바라봐야 하고, 연로한 노부모님의 손도 잡아드리지 못하는 ‘거리두기’가 여전하다. 하지만 5월에 청소년과 관련된 날들이 집중돼 있는 것은 그들이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이기 때문이다.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도 함께 든 것은 부모와 스승의 은혜를 되새김으로써 존경의 마음을 갖기 위함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가정의 달을 무색하게 하는 참담한 소식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지난달 경북 구미의 한 원룸에서 숨진 채 방치돼 있던 3세 여아의 사망 사건은 대표적이다. 3세 여아를 홀로 원룸에 남겨두고 이사를 가버려 끝내 목숨을 잃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아랫집에 살고 있었던 처음 신고자 외할머니가 숨진 영아의 친모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이 같은 충격적인 사건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가정에서 따뜻하게 보호 받아야 할 아동과 청소년들이 여전히 보호 받지 못하고 있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천안 가방 학대 사건, 정인이 사건에 이어 올해 2월엔 물고문을 연상케 하는 학대 행위로 10살 조카를 숨지게 한 이모 부부가 재판을 받는 등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2019년 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160명이나 된다.

아동 청소년 문제만 해도 이처럼 심각한 지경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기초단위인 가정이 황폐한 모습으로 일그러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가정 폭력이나 이혼 등 가정 해체를 가속화 할 수 있다. 가족 윤리가 무너져 패륜 범죄가 속출하는 사회 병리적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해마다 돌아오는 가정의 달, 우리는 연중행사처럼 무감각하게 같은 걱정을 되풀이 하고 있다. 건강한 가정 없이는 건강한 사회를 이룰 수 없다. 가정의 달이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이나 장난감을 선물하고, 부모에게 알량한 용돈과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주는 1회용 이벤트가 아니라 건강한 가정을 되살리는 자성의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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