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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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4월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 한 인터뷰에서 ‘문자폭탄’과 ‘18원 후원금’ 등에 대해 “우리의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했다. 강성 지지자들의 행태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보다 오히려 두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란트 러셀(1872∼1970)은 ‘전통’이나 ‘동의(同意)’에 바탕을 두지 않은 권력을 ‘벌거벗은 권력(naked power)’이라 했다. 대통령이 “경쟁은 ‘양념’ 같은 것”이라 했던 팬덤의 조직적 의사 표출이 경쟁을 흥미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벗은 권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선 친문(親文) 당원의 문자폭탄에 대해 여당 내부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여당 내에서는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드러난 민심과 괴리가 심한 일부 강성 당원에 휘둘려선 안된다는 자성론과 다소 과격하더라도 당원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인 만큼 크게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4·7 재보궐 선거 참패 후 당내 2030 초선 의원들이 조국 사태를 언급하며 반성의 뜻을 밝혔다가 강성 당원들의 문자폭탄에 결국 굴복했다. 당을 향한 쓴소리로 가장 많은 문자폭탄을 받고 있다는 조응천 의원은 “한 2000명 되는 강성 지지층이 너무나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에 권리당원 70만 명의 목소리가 다 묻혀버린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윤건영 의원은 “선출직은 그 정도는 감당해야 한다”며 강성 당원을 비호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조국수호를 외쳤던 김용민 의원은 “적극적 의사표시는 권장돼야 한다”며 문자폭탄 권장론을 폈다.

당 대표 경선에 나섰던 홍영표·송영길·우원식 의원도 강성 권리당원들의 눈치를 살피는 형국이었다. 조국 사태를 금기시하고 문자폭탄을 정당화 하는 ‘벌거벗은 권력’을 두고 민주당이 단순히 당 대표를 바꿨다고 해서 쇄신을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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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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