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북대학교 산수유 동산에 만개한 산수유가 황금빛 자태를 뽐내고 있다. 경북일보DB

아침에 카레 한 냄비를 끓여놓았더니
딸년이 남자친구 준다고
홀랑 가져가 버렸다

마트에 들러 찬거리 몇 개를 사 들고 오는데
공원 산수유나무들이
저마다 불을 지피며
한 솥씩 노란 카레를 끓이고 있다

연애하기 좋은 날씨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카레 냄비를 들고 서서
공원 쪽을
오래 바라보았다


<감상> 5월은 가정의 달이 아니라 ‘연애하기 좋은 달’이다. 나도 고등학교 때 부모님이 뼈 빠지게 번 돈으로 비싼 문제집을 사서 짝사랑하던 여자친구에게 갖다 바쳤다. 말짱 도루묵이었지만, 좋아하면, 연애하면, 카레든 문제집이든 ‘홀랑’ 갖다 바치고 싶은 모양이다. ‘커리(Curry)’는 “향기롭고 맛있다”라는 뜻이다. 이성(異性)은 쳐다보지도 말라던 석가모니와도 관련 있다. 어쨌든 연애는 향기롭고 맛있다. 5월, 보글보글 연애(戀愛)할지어다.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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