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 초·중·고 과반 '5월 학교장 재량 휴업일' 운영 결정
원격수업 장기화 따른 학습·돌봄 공객 우려로 학부모들 한숨

경북교육청 전경
“코로나19 탓에 일주일에 절반은 집에 있는데…재량 휴업일을 왜 하나요?”

코로나19 상황에도 경북지역 초·중·고등학교 절반 이상이 5월 황금연휴를 위한 ‘학교장 재량 휴업일(이하 재량휴일)’을 운영하기로 해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만이 일고 있다.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재량휴일을 지정한 지역 초등학교는 전체 473곳 중 56%인 265곳이라고 밝혔다.

중학교는 전체 267곳 중 70%에 해당하는 188곳이, 고등학교는 전체 183곳 중 절반 이상인 103곳(55%)이 이달 중 재량휴일을 실시할 계획이다.

올해 어린이날(5일)과 부처님오신날(19일)이 수요일인 만큼 이를 전후해 이틀만 재량 휴업을 지정하면 닷새를 쉴 수 있는 황금연휴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상주지역 한 특성화고등학교의 경우 어린이날 전일인 3~4일을 비롯해 석가탄신일이 낀 17~18일과 20~21일 모두 재량휴일을 계획한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재량휴일 결정에 따라 학부모들은 걱정부터 앞선다.

그동안 원격수업 장기화에 따른 학습·돌봄 공백 우려가 큰데 다, 자칫 야외활동을 부추겨 지역 사회 감염을 악화시킬 수 있지 않겠냐는 우려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1~2단계가 적용 중인 경북도 초·중·고등학교에서는 밀집도 ⅔을 원칙으로 원격·등교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다만 유치원생과 초등 1~2학년, 고등학교 3학년은 제외됐다.

경북지역 모 맘카페에 올라온 게시물에는 “코로나19 탓에 등교도 매일 못하고 집에 있는데, 재량휴일까지 지정할 필요가 있었냐. 누구를 위한 재량휴일인지 모르겠다”며 목적과 취지에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주부 전모씨(32·경주시)는 “코로나19 상황에 황금연휴까지 만들어서 어디를 나 다니냐는 말이냐”며 “따뜻한 봄 날씨에 행락객도 많이 늘었다던데 아이들과 외부활동을 하라는 자체도 심적 부담이 크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재량휴일 동안 돌봄교실이 운영된다고는 하지만 여러 사정이 겹친 맞벌이 학부모의 시름은 더욱 깊다.

최근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6~7일을 재량 휴업일로 지정한다’는 가정통신문을 받은 이모씨(39·포항시)는 결국 돌봄교실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 씨는 “코로나19 상황에 아이가 콧물이라도 나면 어쩔 수 없이 휴가를 써야 하니 이번 재량휴일에는 돌봄교실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며 “매번 직장에 연차를 내는 것도 눈치 보이고, 아이에게는 정말 미안할 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휴가를 내고 직접 아이를 돌보기로 결정한 직장인 최모씨(40·경산시)는 “딸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인데 코로나 19 탓에 혼자 집에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어린이날을 맞아 휴가를 결정했다”며 “아내는 휴가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이번에는 내가 내고, 다음에는 아내가 내는 식으로 ‘돌려막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량휴일은 학생들의 학습과 휴식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학교장 재량으로 정하는 휴일로,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할 수 있다. 돌봄 교실 역시 각 학교 사정에 따라 ‘재량껏’ 운영된다.

이에 대해 도 교육청 관계자는 “재량휴업은 말 그대로 학교에 자율성과 재량권을 준 것이기 때문에 도교육청 차원에서 운영 방안에 관여하지는 않는다”며 “대부분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휴업일이 지정되기 때문에 학교장 재량 휴업일에는 학부모의 의견도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구지역 초등학교 중 이달 재량휴업을 진행하는 학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교육청은 코로나19로 언제 원격 수업으로 전환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당분간 최대한 재량휴업을 지정하지 말라고 각 학교에 협조를 구했다.

만약 코로나19 상황이 확산될 경우를 미리 대비하겠다는 취지다.

전체 등교가 진행된지 얼마 되지 않아 학생들의 학교 적응을 돕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급변할 경우 재량 휴업을 포함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만큼 미리 대비해야 한다”며 “학교가 가장 안전한 만큼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학교에 최대한 나오는 것이 오히려 학생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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