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주말리그 경기장 변경 소동…시·시설공단, 예산·인력 타령만

지난 1일 포항지역에 내린 10.9mm의 비로 인해 포항야구장 내야가 침수, 고교야구 주말리그 경기가 포항생활체육야구장을 변경됐다. 사진은 지난 4월초 전국체전 및 소년체전 경북예선 당시 출전선수들이 야구장에 고인물을 퍼내는 모습.
경북 유일의 정식야구장이자 오는 10월 제102회 전국체전 야구 주경기장으로 사용될 포항야구장이 10㎜의 비에 망신살이 뻗쳤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9시 30분 포항야구장에서 ‘고교야구 주말리그 전반기 (경상권B)리그’ 포철고-대구고 경기를 시작으로 이틀간 6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다.

이날 경기에는 이종훈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이 아침 일찍 내려와 포철고-대구고·대구상원고-경북고 경기를 지켜봤다.
지난 1일 포항지역에 내린 10.9mm의 비로 인해 포항야구장 내야가 침수, 고교야구 주말리그 경기가 포항생활체육야구장을 변경됐다. 사진은 생활체육동호인리그 관계자들이 야구장을 정리하는 모습.
문제는 이날 새벽 포항지역에 내린 10.9㎜의 비로 인해 포항야구장 마운드와 3루 측 내야가 물바다가 되면서 경기를 치를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경북야구소프트볼협회는 이날 포항야구장 경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경기장소를 인근 포항생활체육야구장으로 변경, 주간 2경기를 치른 뒤 야간경기는 다시 포항야구장에서 진행하는 헤프닝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이종훈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은 번듯한 포항야구장 대신 포항생활체육야구장에서 열린 경기만 보고 돌아갔다.
지난 1일 포항지역에 내린 10.9mm의 비로 인해 포항야구장 내야가 침수, 고교야구 주말리그 경기가 포항생활체육야구장을 변경됐다. 사진은 생활체육동호인리그 관계자들이 야구장을 정리하는 모습.
무엇보다 포항야구장은 지난 2012년 준공 이후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배수문제가 제기됐지만 예산부족 타령과 야구장을 관리하는 포항시설관리공단의 안일함이 겹쳐져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 4월 초 경북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및 전국체전·전국소년체전 경북예선경기 당시에도 적은 양의 비에 물이 고여 선수들이 물을 퍼내는 사태가 빚어졌음에도 4월 말에야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 대책회의에 참석한 공사전문가들은 ‘야구장 지반 침하로 인한 역류현상’‘땅속에 묻혀있는 배수관 막힘’등의 원인을 제시했으나 포항시는 예산확보 문제로 당장 공사를 진행할 수 없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당장 공사를 추진할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일단 임시방편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한편 내년 예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오는 10월 전국체전 기간 중 비가 내릴 경우 포항야구장이 전국적인 망신을 당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포항시설관리공단의 안일한 자세도 문제다.

이날 비는 이미 사전 예보가 돼 있었기 때문에 시설관리공단측이 대회 진행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수문제 등을 확인하고, 대책 마련을 해야 됐지만 인원 부족을 이유로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고교주말리그를 생체야구장으로 경기장을 바꾸는 한편 당초 생체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동호인 토요리그경기를 포항야구장에서 진행했다.

토요리그 운영진들이 부랴부랴 경기장 내 물을 제거하고, 흙을 뿌리는 등의 임시조치를 한 덕분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관료를 받는 시설관리공단 측은 손을 놓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은 평상시에도 마찬가지여서 대관료를 내고 야구장을 이용하는 포항지역 야구동호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관료를 받는 시설관리공단 측이 경기를 할 수 있는 준비를 해줘야 함에도 리그 운영진과 심판진이 경기장을 관리해야 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야구동호인들은 “매년 수백만원의 대관료를 내고 야구장을 대관하면서 관리까지 우리가 해야 하는 게 맞는 말이냐”며 “포항시와 시설관리공단은 동네 당구장이나 탁구장 이용 시 누가 당구대와 탁구대를 관리하는지 보지도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포항시와 시설관리공단이 결국 ‘적지 않은 대관료만 챙기고 나몰나라하는 악덕 대관업자’로 낙인찍히고 있는 셈이다.

특히 차제에 야구 경기장 관리 부분을 야구협회로 이관하는 문제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정치, 경제, 스포츠 데스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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