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지는 못해도…'안부전화·송금'으로 감사는 더 따뜻하게

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옥포읍 교항리 이팝나무 군락지를 찾은 시민이 만개한 이팝나무 꽃 아래로 산책을 하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글 싣는 순서

△프롤로그
△몸은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
△사랑이 꽃피는 착한 바이러스
△집콕 부작용…사회의 뿌리 흔들
△‘보이지 않는 불편’ 더 가혹한 세상
△요행·사행성 쫓는 불확실성 사회
△일상회복 ‘희망 꿈’은 계속 된다


△몸은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

“자녀들이 어버이날 오랜만에 다 같이 만나 밖에서 저녁을 먹자고 했지만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경기도에 사는 A씨(61)는 5월 8일 어버이날에 맞춰 집에 오겠다는 딸·아들 부부 이야기에 또 한 번 속마음을 감췄다.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적으로 확산한 이후 첫 번째 명절인 추석과 올해 설에 이어 세 번째다.

벌써 1년 넘게 가족이 다 모이지 못했다. 지난해 추석은 코로나19 예방 및 재확산 방지를 위한 가족 간 모임 자제 권고에 따랐고 올해 설은 직계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를 경우 5인 이상 모임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정부의 강제제재가 있었다,

설이 지나고 직계가족의 경우 거주지가 달라도 식당 등에서 5인 이상 모임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최근 하루 확진자가 600명을 넘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A씨는 자녀들이 미안해할까 싶어 애써 웃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서울, 경기도로 와야 하는 자녀들에 대한 걱정도 컸다. 보고 싶어도 마음 놓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일 0시 기준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는 585명으로 수도권에서 334명(57.1%) 비수도권에서는 251명(42.9%)이 발생했다.

부모님의 확고한 뜻에 A씨 자녀들은 이번 어버이날도 영상통화와 함께 온라인 송금으로 용돈을 드리기로 했다.

A씨는 “무엇보다 코로나19로 가족 간의 정이 잊히지 않을지 걱정”이라며 “‘이제 괜찮다’는 소식을 매일 기다리고 있지만, 1년 넘게 계속되는 코로나19 상황에 지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북 구미에 사는 B씨(38) 가족은 어버이날에 구미에 계시는 부모님 집에서 형과 모이기로 했다. 오랜만에 밖에서 함께 저녁을 하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집에서 간단히 하기로 했다. 음식도 각자 분담해 가져오거나 배달음식을 먹기로 했다.

B 씨는 “직계가족 모임(8인까지)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방역수칙 예외지만 식당에 가면 다른 사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되어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구에 사는 C씨(46)의 경우 형제가 따로따로 부모님을 찾아뵙기로 했다.

이처럼 지난해 갑작스럽게 닥친 코로나19로 ‘가족 삶’은 대변혁의 시대를 맞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생활 환경 규제와 비대면 등 사회환경 변화로 가족의 불안은 커졌고, 이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가족의 위기를 불러왔다. 최근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 라는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이지만, 아직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가족은 코로나19에 맞설 힘과 용기를 주는 최고의 백신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가족 환경 변화는 위기도 함께 불러왔다.

가족 문제와 구성원들의 정신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 것이다. 특히 육체적, 정신적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미친 부정적 영향이 컸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상담 복지개발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일상이 장기화하면서 가족 문제와 정신건강 영역에 대한 청소년 상담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문제 상담은 2019년 2만4559건에서 지난해 4만3185건으로 75.8%, 정신건강 영역 상담은 5만6659건에서 8만6699건으로 53% 각각 증가했다.

가족 문제의 경우 부모-자녀 간의 갈등이 3만2648건으로 지난해보다 70%가량 증가했고, 부모 외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은 4827건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정신건강 관련 상담은 우울·위축이 4만3545건으로 지난해보다 59.3% 증가했고, 강박·불안 영역의 상담 건수는 2만1049건으로 86.4% 증가했다.

또한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은 최근 발간한 ‘코로나로 바뀐 가족의 일상’ 책자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가족의 삶의 변화 중 사회적 변화에 대해 △결혼, 출산 관련 부정적 인식 증가 △자유직 종사자(자영업자, 프리랜서) 일자리 변화로 인한 수입 감소와 가정경제의 고용 불안정성 증가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공교육 위력 약화, 가정생활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확대,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 증가로 인한 가정생활의 혼란을 꼽았다.

김혜영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이사장은 “집단 감염의 우려로 학생들은 등교 없이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근로자들은 재택근무가 권고되고 있지만, 현재 우리 가족생활이 별다른 준비 없이 그것을 충분히 기능할 수 있는지 의문” 이라며 “사회적 거리 두기의 실천으로 사회관계망은 약화하고 가정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다른 한편에서는 대안적 돌봄 체계 없는 가족 돌봄의 위험으로부터 감염위험이 없는 지속적인 돌봄서비스는 무엇인가 등 새로운 과제들이 우리 앞에 산재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면적 접촉에 기반을 둔 ‘친밀성’의 공간인 가족은 코로나19 상황에서조차 개인의 마지막 보호처로 회자하면서 그 가치와 기능이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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