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수록 온정 나누자…늘어나는 선한 영향력 가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기부 캠페인 ‘착한가게’에 참여한 명옥이네닭 김수봉 사장이 3일 경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캠페인에 가입한 계기와 소감을 밝히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글 싣는 순서>
△프롤로그
△몸은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
△사랑이 꽃피는 착한 바이러스
△집콕 부작용…사회의 뿌리 흔들
△'보이지 않는 불편'  더 가혹한 세상
△요행·사행성 쫓는 불확실성 사회
△일상회복 ‘희망 꿈’은 계속 된다

 

“힘들수록 조금이라도 나누면 된다. 더 어려운 사람도 많다”

무려 15년째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착한가게로 지정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수봉 사장(53)의 말이다.

의성 출신의 김 사장은 고등학교 때 대구로 왔다.

우유배달을 비롯해 신문지국 등에서 일하며 치열하게 살아왔다. 28살 무렵 치킨집을 운영할 당시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이후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다.

지금은 동구 신천동에서 6년 찜닭 집을 운영하고 있다.

3일 오후 1시 50분께 김 사장의 찜닭집에서 김 사장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10여분 뒤 배달을 다녀온 김 사장이 가게로 들어왔다. 평범한 소상공인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았으며 스스로 특별할 것이 없다고 소개했다. 15년째 착한가게는 물론 개인 자격으로 한결 같이 기부를 하고 있음에도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의 이웃사랑은 가게 운영에서도 드러난다.

불경기고 어렵지만 장사는 주인 하기 나름이며 좀 더 베풀면 입소문이 날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먹는 장사가 힘들지만 손님에게 더 준다는 생각으로 운영했다”며 “푸짐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손님을 데려온다”고 전했다. 또 “각종 앱 등 음식점을 소개하는 많은 방법들이 있지만 고객이 직접 소개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힘들었으며 직원들도 쉬는 날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올해는 좀 잠잠해졌음에도 불구, 더 어렵다고 털어놨다. 공산품 가격과 인건비 모두 오르는 등 김 사장 역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전 6시 30분에 출근, 시장에서 식자재를 준비하고 밤 10시 30분에 퇴근한다. 일요일 하루만 쉬는 등 바쁜 나날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불구, 기부 활동은 변함이 없다.

이유에 대해 김 사장은 “자동이체 되니까 잊고 산다”고 짧은 답변이 돌아왔다. 지로 등으로 일일이 낸다면 고민할 여지가 있을지 모르지만 일상처럼 기부를 하는 것이다. 그는 “식자재값, 인건비 등 가게 운영비를 매일 계산할 수밖에 없다”며 “기부라고 인식하게 되면 아까울 수 있을 것 같아 잊고 지낸다”고 말했다.

15년 전 기부를 결심한 이유는 나눔 관련 기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조금이라도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동사무소 등을 통해 저소득층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고 있는 등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

김수봉 사장은 “마음 한편으로 뿌듯하고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며 “힘들지만 벌고 있으니까 기부활동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김 사장뿐만 아니라 소상공인들이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기부 캠페인 ‘착한가게’에 참여한 명옥이네닭 김수봉 사장이 3일 가게 앞에 붙은 현판을 보여주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착한가게는 매월 일정 금액 이상, 매출의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는 가게다.

매장을 경영하는 자영업자나 중소기업·프랜차이즈·학원·병원 등 어떠한 업종의 가게도 참여할 수 있다.

대구모금회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등록된 착한 가게는 총 2074개다. 지난 2018년 212곳, 2019년 206곳, 지난해 코로나19에도 201곳이 신규 등록했으며 올해도 이미 54곳이 지정됐다.

경북모금회에 등록된 착한 가게는 총 3650곳이며 같은 기간 377곳, 555곳, 215곳으로 매년 200곳 이상의 소상공인들이 신규로 가입하는 등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올해도 67곳이 추가로 등록하는 등 이웃 사랑의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소상공인은 물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가입도 꾸준하다.

대구의 경우 회원 수가 총 177명이다. 지난 2018·2019년 각각 16명, 지난해 21명의 신규 회원이 탄생했으며 올해는 벌써 10명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경북은 같은 기간 16·13·10명이 신규 가입하는 등 꾸준했으며 올해는 2명이 가입하는 등 총 124명이 가입을 마쳤다.

전체 시·도민들의 이웃 사랑 실천을 가늠할 수 있는 희망나눔캠페인도 최근 3년간 경북·대구 모두 온도가 올랐다.

경북은 지난 2019년 101.6℃, 2020년 103℃, 올해는 코로나19가 무색하게 114.3℃까지 올랐다.

대구 역시 같은 기간 100.3℃·109℃·114.1℃ 등 모금 목표액을 모두 초과 달성하는 등 시·도민들의 이웃 사랑과 함께 나누는 문화가 정착 단계에 이르렀다.

모금회 관계자는 “경북·대구는 역사적으로 이웃 사랑과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본능적으로 나타나는 지역”이라며 “어려울수록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시·도민들의 정성이 올바르게 사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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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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