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김광석 거리 등 연결 예술의 거리 조성
지역 문화계 "역사·문화적 명소…반드시 유치해야"

삼성그룹 고 이건희 회장이 대구미술관에 기증한 이인성의 대표작 ‘노란 옷을 입은 여인상’
고(故)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기부 미술품 중 국내외 근대미술 작품을 전시할 공간, 이른바 ‘이건희 미술관’이 이건희 회장의 출생지인 대구에 건립돼야 한다는 여론이 지역 문화계에 확산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문화계 인사들은 ‘이건희 미술관’유치전이 치열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1942년 대구시 중구 인교동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이 회장의 출발지인 대구에 반드시 건립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점찬 대구미술협회장(경일대 교수)은 “대구시와 미협회원들이 오랫동안 한국근대미술의 발상지인 대구에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위해 노력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 한국근대미술의 보고가 될 ‘이건희 미술관’이 꼭 대구에 유치되기를 희망한다”며 “근대 미술의 ‘이건희 미술관’이 대구에 건립되면 건립 중인 전통 미술의 대구 간송미술관, 현대미술의 대구미술관이 어우러져 한국미술의 전통과 근대, 현대를 대구에서 볼 수 있는 역사적·문화적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점찬 회장은 또 “대구시립미술관과 인근에 건립되는 대구 간송미술관과 김광석 거리, 대구 창작촌 등을 연결하는 예술의 거리를 조성해 대구 예술의 우수성을 알리고 관광명소를 조성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2만3000점에 달하는 이 회장 미술 소장품을 전시할 공간 ‘이건희 미술관’은 지자체와 미술계 등이 유치전에 뛰어들어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내부회의에서 ‘전용 공간 마련’과 관련한 언급을 한 뒤에 유치 경쟁에 불이 붙은 모습이다.

유치전에는 부산시가 제일 먼저 뛰어들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건희 미술관, 부산에 오면 빛나는 명소가 됩니다’라는 글을 올려 유치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이 회장은 큰 문화적 가치를 갖는 미술품을 사회에 남겼고, 대한민국 문화의 격을 높인 고인과 유족의 안목과 숭고한 뜻에 박수를 보낸다”며 “이 미술품을 전시할 미술관을 짓는 논의가 유족 의견도 제대로 듣지 않은 채 서울에 짓는 것처럼 보도가 나온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부산시에 이어 이병철 회장 생가가 있는 경남 의령군에서도 ‘이건희 컬렉션’이라 불리는 고(故)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기부 미술품이 전시될 공간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오태완 군수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증의 의미를 잘 살려 많은 국민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이건희 미술관’을 이 회장의 선대 고향인 의령에 유치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대구시와 광주시, 대전시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이건희 미술관 유치가 가져올 문화·경제적 손익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미술계 인사들은 서울에 근대미술관 건립을 위한 주비위원회를 결성하고 오는 10일 이전에 단체를 정식 발족하기로 했다

삼성가에서 기증한 근대미술품 1000여점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근대미술품 2000여점을 한곳에 모아 국립근대미술관을 설립하자는 취지다. 주비위가 꼽은 장소는 서울시 소유로 전환한 송현동 문화공원 부지와 세종시로 이전한 행정부가 자리했던 정부서울청사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