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극원 대구대 법학부 교수·전 한국헌법학회장
정극원 대구대 법학부 교수·전 한국헌법학회장

‘좋은 일에는 행복에 앞서 시련이 먼저 찾아온다.’ 호주에서 만든 영화 스톰보이(Storm Boy)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스톰보이는 작가 ‘콜린 티엘’의 같은 이름의 소설을 1976년에 이어 2019년에 다시 영화화한 것입니다. ‘90마일 해변’이라 불리는 호주의 어느 한적한 바닷가 무인도 마을에 주인공인 소년 마이클은 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었습니다. 후에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고 사위와 함께 회사를 경영하는 마이클이 이곳의 개발을 위한 공청회를 열기 위해 도착합니다. 그런데 유산 상속자로 예정된 손녀 ‘마들린’은 이곳의 자연이 훼손된다면서 완강히 반대를 합니다. 마이클은 이곳이 자신이 어린 시절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던 곳이라면서 손녀에게 자신과 펠리컨(사다새)과의 우정에 대해 얘기를 들려줍니다. 어느 날 어린 마이클은 사냥꾼에 의하여 어미를 잃은 펠리컨 새끼 세 마리를 데려다 키우게 됩니다. 각각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그중 한 마리의 이름이 ‘미스터 퍼시빌’이었습니다. 섬에 태풍이 몰아쳤고 마이클의 아버지가 난파된 배에 깔려 곧 바다 속으로 잠기게 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풍랑이 너무 심하여 사람이 접근하여 구조할 방도가 없는 긴박한 상황에서 미스터 퍼시빌이 아버지에게 밧줄을 물어다 주고 몸에 밧줄은 묶은 아버지를 뭍으로 당겨서 극적으로 구하게 됩니다. 그것이 언론에 알려지게 되어 그 섬에 미스터 퍼시빌의 동상이 세워지게 됩니다. 그 후에 미스터 퍼시빌은 펠리컨 사냥꾼에게 온몸으로 대항하다가 결국 총에 맞아 죽게 됩니다. 소년이었던 마이클은 할아버지가 되었고 자신의 회사를 물려줄 방황하던 고등학생인 손녀 마들린에게 들려준 대사가 바로 ‘행복에 앞서 시련이 먼저 찾아온다’였습니다. 팰리컨은 모성애의 상징입니다. 어미 팰리컨은 새끼들에게 줄 먹이가 없으면 자신의 가슴살을 뜯어 먹이고 병에 걸린 새끼들에게는 자신의 핏줄을 터뜨려 자신은 죽어 가면서도 그 피를 입에 넣어준다고 합니다.

2006년 2월 5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는 제40회 미국프로풋볼리그 슈퍼볼(챔피언 결정전)이 개최되었습니다. 슈퍼볼은 단일 스포츠경기 중 세계 최고의 빅 이벤트입니다. 1초당 광고비가 수억 원이 되어 누가 광고주가 되는지도 큰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그 경기에서 피츠버그 스틸러스가 상대팀인 시애틀 시호크스를 물리치고서 우승컵을 거머쥐었습니다. 우승팀의 하인스 위드가 영예의 MVP로 선출되었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한국계 혼혈아였습니다. 그는 1976년 미국인 흑인군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한국에서 태어나 한 살 때에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조지아대학교를 졸업하고 1998년 신인선수들의 등용문격인 드래프트 3라운드 마지막 날 제92순위의 막차로 지명된 선수였습니다. 드래프트 직전에 어릴 적 다친 십자인대 손상이 발견되어 가망이 없었던 선수에 불과하였던 것입니다. 그는 역경을 딛고 선 인간승리의 귀감이 되어 언론의 하이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우승트로피를 든 그는 연신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 감정의 동물인 인간이라면 그 누구라도 최고의 순간에 울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눈물의 이면에는 모성애가 숨어 있었습니다. 한 살 때에 미국으로 건너가 남편과 이혼하고 8살 때부터 그를 홀로 키운 한국인 어머니 김영희였습니다. 낯설고 물선 이국땅에서 언어까지 서툰 김영희는 그를 키우기 위하여 호텔 청소부, 접시 닦기, 식료품 가게 점원 등 닥치는 대로 하루 16시간씩 온몸이 부서지도록 일만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공부해라, 겸손해라’라고 가르쳤다고 합니다. 미국의 한 스포츠 전문지는 ‘하인스 위드를 울게 하려면 어머니 애기를 하면 된다’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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