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균(정경부 차장)

내년도 포항시 예산편성이 무원칙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1일 선심성, 소모성 예산은 전액 삭감하는 대신 시민복리 증진 예산 증액 등 예산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배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결과는 이와는 딴판이었다.

각 상임위별 예비 심사 당시 논쟁이 오가면서 본예산 통과 가능성이 희박했던 사안들이 예결위에서 은근슬쩍 부활된 사례는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경관계획수립용역비(3억원), 북부 해수욕장 테마거리조성비(10억원), 중명자연생태공원조성비(18억원), 뱃머리 문화컨텐츠센터건립 설계비(12억원), 포항요트계류장 설치공사비(5억원), cyber포항 홈페이지 구축비(5천만원), 외인구단 제작비(1억5천만원), 포항이미지 기획홍보비(2억원) 등의 예산이 지금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전시성·소모성 예산이라는 말은 아니다.

이러한 예산을 놓고 각 상임위는 집행부와 난상토론을 벌이는 등 치열한 과정을 거쳐 예결위의 최종 판단에 맡겼다. 그러나 결론은 기대이하였다.

한가지 예를 들면 포항시 경관 계획수립 용역비 3억원 책정 과정에서 드러나듯 상임위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당초 집행부는 용역비 4억원을 편성했으나, 전액 삭감 됐다. 다시 상임위에서 재 심의했으나 역시 전액 삭감됐다. 하지만 예결특위에서 3억원을 확정시켜 버렸다.

요트계류장 설치비 5억원도 해당 상임위에서 전액 삭감됐으나 예결위에서 버젓이 부활됐다.

특히 외인구단 제작비 추가 지원금 1억6천800만원의 경우도 상임위에서 전액 삭감 됐으나 예결특위에서 1억5천만원이 배정됐다. 이를 두고 각종 소문이 무성하다. 급기야 박경렬, 권광호의원이 예산 심사 및 예산 배정의 불공정 등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박의원은 "시민들의 혈세로 부자들을 위한 요트계류장을 짓겠다며 5억원의 예산을 편성한 반면 도시계획도로에 묶여 35년 동안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는 도로들은 아직 시작도 못한 채 잠자고 있다"라며 예산 편성의 부당함을 성토했다.

권 의원도 이날 "집행부의 내년도 예산 편성은 균형발전을 무시한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는 무원칙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예산심사과정 역시 시간에 쫓겨 새벽까지 간식을 먹어가며 일한 의원들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헛 수고가 되지 않으려면 13일에 불과했던 예산 심사 기간을 한달 정도 늘려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의원들 스스로가 예산배분에 있어 선택과 집중을 했는지, 전문가적 식견을 견지하고 심사에 임했는지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

내년도 예산은 이미 확정됐다. 시민 모두가 어려운 경제현실 속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시민들의 대의기관인 의회가 내년도 예산을 서민경제 살리기에 잘 활용될 수 있도록 모범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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