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권(정경부차장)

기축(己丑)년 소띠 해, 새날이 시작됐다. 꿈과 희망, 그리고 밝음과 설레임으로 가득해야 할 새해 첫 날이지만 왠지 우울하다.

1일 오전 포항철강공단 업체들의 가동 상황을 체크해 보았다. 예년과 달리 가동을 중단한 곳이 많았다.

무엇으로 희망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우리의 처지를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의 처지를 다른 나라 사람들의 처지와 비교해 보며 자신감과 용기를 가져보면 어떨까. 왜냐하면 어려움을 겪어 본 사람은 자신의 처지를 잘 안다.

지난 해 말 지인으로 부터 값진 크리스마드 카드를 받았다. 그것은 내 자신이 상대적으로 남들보다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를 일깨워 주었다. 지금 냉장고에 무엇인가 먹을 것이 들어 있다면 나는 세계 인구의 80% 보다는 행복하다. 또 은행이나 주머니에 돈이 약간 있어 동전 한 잎이라도 남에게 줄수 있다면 나는 8%내의 부자에 속한다.

투옥생활의 외로움, 고문당하는 고통, 허기의 통증을 겪으며 사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는 500만명이 넘는다. 또 그보다 몇 배의 사람들이 이념적 박해를 겪으며 살고 있다.

돈벌이가 시원찮고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적어도 자신은 필요 있는 사람임을 확인 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다른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용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코앞에 닥친 생활고에서 벗어나는 일이 쉽지는 않다. 무엇보다 내면적 자신감을 회복하는 일이 중요함은 새삼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경제만을 탓하고, 모두 거기에만 매달리자고 한다. 문제는 내부, 즉 자신에게 있다.

자치단체장을 비롯해 소위 식자층은 올해 모두 경제만 잘 되면 뭐든지 다 해결될 것이라는식으로 착각(?)들을 하고 있다.

나라와 지방이 제대로 되려면 경제보다 더 중요한 것을 먼저 챙겨야 한다.

조선왕조는 정말 가난한 나라였다.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 정도로 가난한 나라가 무슨 힘으로 500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망하지 않고 버틸 수가 있었을까.

대답은 너무도 간단하다. '근성'이 강한 민족성이 건재 했기 때문이다.

무엇으로 그것을 입증할 수 있나. 장장 519년의 일기(역사)를 하루도 빠짐없이 순서대로(편년체·編年體) 적어서 남겼기 때문이다.

유네스코가 세계의 기록유산으로 선정한 우리의 국보 151호 '조선왕조실록'은 결단코 정치적인 중대사만 기록한 것이 아니다.

거기에 우리 민족의 삶이 있고, 법도가 있으며, 이 나라 강토에 대한 기록이 있으며,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길이 적혀 있다.

정치를 잘 하려면, 기업을 제대로 이끌어가려면,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알고자 한다면 새해 아침에 '조선왕조실록'을 권하고 싶다. 읽으면서 성공(治)한 것은 택하고, 실패(亂)한 것은 버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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