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일(정치부차장)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친이-친박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4.29 경북 경주 국회의원 선거전에 나서지 못하는 처지다.

경주 재선거에는 친이계 핵심인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와 지난 대통령 선거 한나라당 후보 경선시 박근혜 전 대표의 안보특보를 맡았던 정수성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2강 구도를 형성하며 살얼음 승부를 펼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후보등록을 앞두고 개최한 정수성 후보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선거에 관한 이야기는 언급하진 않았지만 경주지역 유권자들에게 박심(朴心)이 정 후보에게 있다는 인식을 심어 주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정 후보가 무소속 후보여서 지원을 했다간 '해당(害黨) 행위를 한다'는 비난의 화살이 날아올 것이 뻔하기 때문에 공개 지원을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같은 입장에 놓인 박 전 대표가 지난달 정수성 후보의 "이 전 부의장의 지시로 경주에 온 이명규 의원이 후보 사퇴를 권유했다"는 폭로를 접하고 "사실이라면 한국 정치의 수치"라는 특유의 함축된 메시지로 입장을 밝혔다.

이 메시지로 한때 친이와 친박의 대결이 경주에서 폭발할 것 같은 '폭풍 전야'의 전선이 형성됐지만 차기 대권주자를 꿈꾸는 박 전대표로서는 더이상의 '전선 확대'가 이로울 것이 없다는 '손익계산서'가 작용해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그 메시지로 박심(朴心)의 향배를 입증시켜 주긴 했으나 선거때 마다 '구원투수'로 나섰던 박 전 대표로서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무소속이어서 공개적으로 지지를 할 수 없는 '속앓이'를 계속해야 할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은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도 마찬가지이다.

이 전 부의장은 지난해 선거에서 낙선한 후 재공천된 정종복 후보 당선을 당연히 도와야 한다. 정 후보로선 정수성 후보와의 '박빙 전선구도'에서 벗어나 '독주'를 하기 위해선 이 전 부의장의 지원이 절실하다.

낙후된 경주 경제 발전을 위한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확실한 '형님의 보증수표'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만 '힘있는 여당 후보 찍어 지역경제 발전 앞당기자'라는 방향으로 민심의 물꼬를 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할 때 이 전 부의장은 한시라도 빨리 경주에 내려와 '정종복 구하기'에 나서야 하지만 예기치 못한 '정수성 사퇴권유설'에 휘말리면서 경주 재선거 지원에 나설 수 없게 됐다.

대리인을 보내 사퇴권유를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입장에서 지금 경주로 몸을 움직였다가는 각종 구설수에 휘말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결과론이지만 정수성 후보측으로서는 의도를 했던, 하지 않았던 '사퇴권유설' 폭로로 이 전 부의장의 발을 묶어버린 셈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박 전 대표의 공개적인 지지를 받을 수 없는 정수성 후보측으로서는 상대후보의 절대적 지지자인 이 전 부의장이 재선거에 등장하는 것은 곧 '패배'로 직결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 전 부의장을 봉쇄하는 것이 절대 절명의 '작전 명령 제1호'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 전 부의장 측근도 "정수성 후보에게 완벽하게 당했다"고 실토를 할 정도로 정수성 후보의 작전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부의장의 '속앓이' 고민은 선거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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