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CI

"잘 만든 로고는 기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다.

기업들은 로고 등 CI(Corporate Identity;이미지 통합 작업)를 회사 생존과 직결해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다. LG하면 얼굴형상의 마크를 기억하거나, SK하면 붉은색 글씨에 나비모양, 코카콜라 하면 허리가 홀쭉한 병에 새겨진 빨간색 바탕에 흰색 필기체가 떠오르듯 CI는 '각인 효과'와 함께 기업홍보에 직접적이면서도 큰 효과가 있다. 브랜드 가치는 상상도 못할 액수의 경제적 효과를 지닌 최고 자산인 것이다.

최근 지자체들도 이러한 도시CI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남현정(편집부기자)

급속도로 발달하는 정보화시대 속에서 지자체들은 대외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확립하거나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하기 위해 CI에 관심을 아끼지 않고 있다. 과거 지자체 경영에 있어서 '디자인'은 조연에 불과했지만, 오늘날에는 돋보이고 튀는 도시만의 색깔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쏟고 있다.

이와 발맞춰 포항시도 지난해 말 새 CI를 선보였다.

몇 달이 지난 지금, 이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원형 그리드(grid)를 기본 모티브로 활용해 독특한 서체로 개발했다는 심볼마크는 한눈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바다를 상징하는 청색을 주색으로, 영문글자 전체가 원형을 이루고 있는 이 심볼마크는 "각 원형마다 환동해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네트워크, 정보 문화의 교류를 표현했다. 또 풍성하고 다양한 시민의 문화적 자유와 활기가 넘치는 무한 가능성의 포항시 이미지를 담았다"는 포항시의 긴 설명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포항(pohang)이라는 글자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p는 g 또는 q, 돋보기 모양으로 보이고, h는 y를 거꾸로 놓은 듯 하다. a는 q와 구분하기 힘들다. 또 마지막 알파벳인 g는 오뚜기 모양으로 숫자 8을 연상시킨다. '포항시'라는 설명 없이는 '고양(goyong)'으로 읽거나, 말도 안되는 'qoyqn8'로 보기 십상이다.

로고만 봐도 어떤 도시(회사)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 CI의 핵심임에도 포항시는 그 기본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포항'이라는 도시 브랜드의 '차별화'를 위해 선택한 디자인적인 '승부수'가 '패착'으로 끝날 공산이 커 보인다.

디자인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CI는 단순화와 정보전달에 집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독특한 로고나 심볼 사용으로 인한 혼란은 고스란히 시민들과 포항을 찾는 방문객의 몫이 되고, 결국 포항시 이미지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더욱 생각해야할 문제다.

앞서 말한 LG, SK 등 대기업들 뿐 아니라 서울, 대구, 부산, 울산 등 각 지자체들의 심볼은 단순함을 극대화하면서 사람들에게 한눈에 어필하고 있다.

필요한 정보가 한눈에 구현되는 것에 불평을 늘어놓을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자신이 필요하지 않는 정보까지 습득해야하거나, 쉽게 이해하지 못하면서 낭패를 느끼는 시민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다.

포항시는 시민과 포항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사람들의 비판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CI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게 스스로에 대한 용기이고 시민에 대한 사랑이다. 디자인 정책은 한번 정하면 그 고장의 이미지로 고착된다는 사실을 지금이라도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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