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의 예·체능 과목 평가방식 전환 방침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발상에서 출발한 이 계획은 찬성보다 반대여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내신성적에 예·체능 비중을 크게 줄이기로 함에 따라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에 공감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상당수 중고생들이 내신 관리용 예·체능 과외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과장된 느낌이다. 농구. 축구. 수영 등 학교의 실기 시험 내용에 맞춰 과외를 하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주장이다. 서울 강남 등지에서는 예·체능 고액과외가 성행하고 있다는 판단도 너무 과장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서울 중심의 이런 현상을 전국적인 분위기로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교육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이 실제로 이렇다면 이는 특정 지역 즉 서울의 실상을 전국적인 현상으로 포장했다는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서울 사정 역시 모르긴 해도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는 논리가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이는 현행 교육제도상 그럴 필요성조차 없기 때문이다.
지역의 경우는 미술 음악 체육 내신성적 때문에 고액과외를 하는 예는 거의 없다고 단정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그럴만한 시간이 주어질수 없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 같다는 주장이다. 예·체능 특기자의 경우도 지방에서는 고액과외를 받을만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지 않다. 있어도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물론 초등학생들의 경우 태권도나 음악 미술학원 등을 다니게 하고 있다. 그러나 내신성적과는 무관하다. 소위 전인교육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수준이다. 중고생들은 아예 이런 예·체능학원 조차 다닐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실정이다. 이같은 사정도 감안되지 않은 채 무작정 고액과외로 규정하고 내신성적 운운하는 것은 억지다. 또한 중고등학교 교육 현장에서도 그렇다. 체육이나 음악 미술등 예·체능 수업 때문에 별다른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는 없다. 지역에서는 최소한 그렇다.
따라서 이번 교육부의 정책 구상은 재검토 돼야 한다. 즉 예·체능 평가방식은 개선하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그 이유는 당장 예·체능 과외 시장이 타격을 받아서가 아니다. 학교 교육에 큰 구멍이 뚫어질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이런 정책은 음악과 미술, 체육을 ‘장식과목’으로 전락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범했던 5공화국도 전인교육 정책만큼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 공화국이라는 비판 여론도 제기 되기는 했으나 나름대로 기여한바가 크다는 이론에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었다. 사교육비를 경감하겠다는 발상이 과외비 비중이 미미한 예·체능을 건드리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공교육내실화를 우선으로 한 정책을 입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2000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사교육비는 총 7조원을 넘고 있다. 이 가운데 초등학생 과외비가 3조원에다 중고생 과외비도 무려 3조원을 넘었다. 나머지는 예. 체능 비용으로 1조원을 넘나들고 있다. 특히 여기에 예·체능 과외비로 분류되는 1조원의 산출방법도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건강 관리비나 정서순화용이 고액 과외로 분류된 채 사교육비 지출로 판단하는 것은 비약된 논리다. 이런 측면에서 예·체능 과목 평가방식 전환 방침은 시비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사교육비 경감정책은 예·체능 내신평가 방식 전환에서 출발하는 것 보다는 다른 차원을 접근하는 것이 옳다. 무조건 높은 수준의 교육을 시키는 것만이 질적으로 우수한 교육은 아니다. 개개인의 능력, 적성에 가장 적합한 교육을 시키는 것이 최선의 교육이다. 교육은 개인의 성장은 물론 사회 발전과 내일의 국운을 좌우한다. 이번 교육인적자원부의 예·체능 과목 평가방식 전환 방침은 자칫 절름발이 교육 정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교육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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